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율곡 이이는 AI를 능가하는 선지적 지능이 있어 원격조정을 통해 필요한 곳에 구곡을 정하게했다. 이번에 “구곡문화관광특구”안에 새겨놓은 글씨를 통해 창의융합능력을 발휘한 사례를 보자. “구곡특구”는 다양한 서체로 시문을 새겨놓은 서체전시장(書體展示場)이다.

“구곡특구”에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서체로 시도 새기고 간단한 문장도 새겼다. 1998년부터 연구했다. 경제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고산구곡, 화양구곡, 선유구곡, 연하구곡, 갈은구곡, 서계구곡에 새긴 글씨의 일부를 제시한다. 필자는 2001년 여름방학, 사람들은 시원한 계곡물에 목욕할 때, 땀으로 목욕하며 구곡특구내에 새겨놓은 글씨를 탁본했다. “2015년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기념으로, 중원대학교박물관에서 “화양구곡에 새긴 조선ㆍ명(明)나라 임금 암각글씨 탁본 특별전”을 개최했다. “인문학의 아름다움, 탁본의 아름다움”이라 부제를 붙였다. 글씨에 대한 품평은 서예연구가 신상철(申尙澈1957~ )선생에게 의뢰했는데 기꺼이 해주었다.

첫째, 화양동문(華陽洞門)을 보자. 화양구곡 제1곡 경천벽에서 100미터 쯤 지나 오른쪽 수직 암벽에 새겼다.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글씨라는 설이 있다. 해서체(楷書體)이다. ‘삼 수(氵)변’이 행서 맛이 나지만 해서로 본다. 자신의 온몸의 역량을 붓끝에 발휘하여 중후한 맛이 나는 역작이다. 고졸하며 소식(蘇軾1036~1101)의 필의(筆意)가 느껴진다.

둘째, 명나라 신종의 어필인 옥조빙호(玉藻氷壺)를 보자. 1914년 우인규(禹仁圭1896~1967)가 탁본했다. 옥돌에 새겨 제5곡 첨성대 하단 인근 수직 암벽 ‘비례부동(非禮不動)’ 왼쪽 직육면체 홈을 파고 끼워놓았었다. 1953년 이후 호고자(好古者)의 손을 탔다.

셋째, 선유구곡 제9곡의 명칭인 은선암(隱仙巖)을 보자. 선유구곡 입구에 선유동문(仙遊洞門)이라는 글씨를 이보상(李普祥1698~1775)이 썼는데 은선암도 이보상이 쓴 것으로 보인다. 초서(草書)다. 조선 선비의 서간체(書簡體)를 보면 왕희지(王羲之307~365)의 『초결가(草訣歌)』로 초서를 익혀 편지글에 실용적으로 많이 이용했다. 이것이 큰 글자에도 드러난다.

넷째, 노성도(1819~1893)의 연하구곡의 연하동문(烟霞洞門)을 보자. 2001년 5개월 동안 비 한 방울 나리지 않았다. 90년 만의 가뭄이라 했다. 이때 드러나자 6월 16일 토요일 필자가 학계 최초로 연하동문을 탁본했다. 글씨가 물에 잠겨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언젠가 드러나면 탁본하겠다고 맘먹고 있었다. 견문의 차이가 행운의 차이다. 배를 몰고 지나가던 청천면 운교리에 사는 양성국(楊成國1977~ )이 도와주어서 가능했다. 17일부터 700미리 폭우가 쏟아져 수몰됐다. 천지신명은 지성군자(至誠君子)에게 최초의 기회를 준다.

다섯째, 갈은구곡에는 9개 곡의 명칭과 9개 구곡시를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새겨놓았다. 고송류수재시(古松流水齋詩)의 상(相)를 별자(別字)인 상(目木)으로 썼다. 강선대시(降僊臺詩)에는 쇄(灑)의 속자(俗字)인 쇄(洒)를 썼다. 따라서 갈은구곡시의 암각시는 한시의 표현기법과 다양한 한자서체를 연구할 수 있는 특이한 사례로 전국적으로도 보기드문 희귀한 유교문화관광자원이다.

여섯째, 서계(西溪) 이득윤(李得胤1553~1630)의 농금암(弄琴巖)을 보자. 1996년 6월 16일, 충주에 사는 이득윤의 후손 이종찬(李鍾瓚)이, 도랑가에 서계선조의 글씨가 새겨져있다는 말을 들려줬다. 충북 상당구 미원면 가양리 수락동 불사천(不舍川)가에 있는 수직의 바위표면에 새겼다. 조맹부(趙孟頫1254~1322)의 서풍(書風)으로 여린 붓으로 꼼꼼히 써 조밀감이 있다. 음악사 연구의 귀중한 문헌인 현금동문유기의 저자인 이득윤의 음악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다. 이런 음악적 취향과 식견이 「서계육가(西溪六歌)」와 「옥화육가(玉華六歌)」를 창작하게 한 것이다. 

일곱째, 괴산읍 고산구곡에는 중국 사신 주지번(朱之蕃)의 은병(隱屛)과 호산승집(湖山勝集)이라는 글씨를 새겨놓았다. 이외에도 ‘구곡특구’내에 새겨놓은 글씨가 많다. 이상에서 개략했듯이 ‘구곡문화관광특구’는 다양한 서체로 시문을 구곡에 새겨놓은 ‘서체전시장’이다. 이렇듯 유교문화관광자원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창의융합능력을 발휘하여 명필과 서예평론대가가 되고 싶으면 순회 견학하고 온고지신하면 된다. 창의융합능력은 배우는 자세와 가르치는 방법이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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