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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교육개혁과 칼리프제도의 종언(終焉)
풍향계 / 교육개혁과 칼리프제도의 종언(終焉)
  • 동양일보
  • 승인 2020.03.0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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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송 ESI 교장
한희송 ESI 교장

[동양일보] 이슬람세계의 지배자는 칼리프(Caliph)와 술탄(Sultan)이란 두 가지 이름으로 존재해 왔다. 칼리프는 이슬람세계 전체의 이념적 통치자를 의미하며 술탄은 이슬람 각 지역의 실질적 정치지도자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의미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은 오토만투르크의 셀림(Selim) 1세가 이집트 카이로를 침공하여 맘루크 왕조를 무너트리는 사건으로 실현되었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던져진 에게해의 렘노스(Lemnos)섬 무드로스(Mudros)항에는 1918년 10월 30일 영국의 아가멤논 호가 정박해있었다. 이복형인 메흐메드 5세가 제국의 앞마당에 멸망의 씨앗을 심어 놓고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죽었을 때 그의 이복동생 메흐메드 6세는 형이 저질러 놓은 난장판을 수습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술탄에 올랐다. 그리고 아가멤논 호에서 서명된 무드로스 휴전협정서에는 본토 이외의 모든 장소에서 터어키의 기반시설들을 연합군에게 넘겨야 함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후에 터키 건국의 아버지 즉 아타튀르크(Atatürk)가 된 무스타파 케말은 청년 투르크 당을 터키 민족주의운동의 전선에 투입할 결심을 했다. 조국의 패망이란 사건 앞에서 제국정치를 버리는 것만이 오토만 왕조가 서명해 놓은 유럽강국들과의 문서의 효력을 부인할 명분을 줄 수 있었다. 그가 황제의 명을 거역하고 국민의 편에 서서 오토만 왕조의 종말과 터어키의 독립을 천명하자 국민들은 공화국이란 새로운 체제와 그 제창자인 케말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제국의 황제가 실질적 지위를 잃게 되자 술탄과 칼리프라는 지위는 다시 분리되기에 이르렀다. 케말이 주도한 터키 대국민회의는 메흐메드 6세로부터 오토만 왕조의 술탄이란 지위를 박탈했지만 이슬람 세계와 관련된 칼리프는 즉시 박탈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슬람 세계의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 메흐메드의 조카 압둘메지드(Abdulmejid) 2세는 사라진 제국으로부터 칼리프라는 명칭만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국이 사라진지 2년 후인 1924년 3월 3일 터키 대국민회의는 칼리프제도의 종식을 선언했다. 마지막 칼리프는 화가로써 그리고 나비수집 및 연구가로써의 삶이 전(前) 칼리프가 택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독일로부터 파리가 자유를 찾던 날 자유의 도시 파리에서 영면(永眠)에 빠져들었다.

하나의 시대가 부흥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인간은 변화의 지속을 내용으로 하는 진화능력이 미비하다. 그리하여 변화를 통해 이룬 발전에 안주한다. 그것이 정체임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발전을 통해 이룬 상태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정체상태를 진화로 느끼는 오류가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약점이다. 그 약점을 이길 수 있는 동력이 제시되는 곳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의 의미를 갖는 순간 변화가 아닌 정체의 수단이 된다. 그래서 늘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변화가 아닌 안정을 주문한다. 물질적 삶의 안정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으로부터 도출해 낸 것을 노력의 산물로 인식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기성세대이다. 만일 신세대가 이에 동조한다면 우리나라에는 청년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참으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변화에 성공한 세대가 그 상태를 모든 세대에 통용되는 발전의 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식이 정신과 철학을 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만 제국의 멸망과 함께 술탄과 칼리프는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아타튀르크의 새로운 철학이 없었다면 터어키는 현재 유럽강국들의 땅으로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 관해 교육적 반성이 필요함을 칼리프 제도가 역사로부터 사라진 날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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