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명분과 실리. 이 두 개를 모두 충족시킬 묘안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명분을 생각한다면 거부해야 하지만 실리를 따진다면 그렇지 않다.

비례위성정당은 한마디로 ‘꼼수 정당’이다. 개정된 선거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이용해 비례의석수 차지만을 목적으로 한 임시방편 용 정당이기 때문이다. 선거 후엔 다시 흡수되거나 똘마니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한 순간부터 비례위성정당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오는 16일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539명이 후보 접수했고 이들중 비공개를 요청한 71명을 제외한 468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신청이 마감된 날 만난 만큼 이 자리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을지 주목된다. 행성(미래통합당)이 위성(미래한국당)을 잡아당겨 줘야 존재할 수 있으니 둘의 만남에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을 막기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번 4.15총선부터 적용된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47명을 비례대표로 뽑는다. 정당 득표율만큼 국회의원 수를 보장하고 비례대표의석 47석 중 30석은 연동형 캡을 씌워 지역구 의원이 많이 뽑힌 정당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은 제도다. 즉, A 정당이 정당 득표율 40%, 지역구 당선인 100명일 때 연동의석수는 300(총 의석수)×0.4(정당 득표율)-100(지역구 당선인)×0.5(연동비율)=10석이 된다.

당연히 의석수를 많이 차지하는 거대 정당들은 손해보는 제도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극렬하게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소수 야당과 연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전격 출범시키면서 선수를 쳤다. 단순히 의석 수를 늘려보려고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작 비상이 걸린 쪽은 민주당이다. 비례대표용 정당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제1당을 미래통합당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만약 이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민주당은 최대 137석을 얻을 수 있고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쳐 145~147석을 가져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통합당이 선거후 국민의당 등과 연합하거나 합칠 경우 야당이 과반 의석을 가져갈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를 꾸리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는데 이는 국회 원내 운영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민주당 싱크탱크 미래연구원도 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대외비 보고서를 냈다. 비례 연합정당이 없으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6∼7석, 정의당은 9석,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이 보고서에 담긴 전망이다.

상황이 꼬여가자 민주당 지도부는 명분과 실리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통합당의 한국당 창당에 대해 위장정당, 가짜정당, 참 나쁜 정치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던 민주당이다. 그러니 비례정당을 창당하거나 참여할 명분이 군색해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비례정당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권자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거다.

그러나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쪽의 생각은 다르다. 선거에서 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의석수가 곧 힘인데 패한 뒤에 아무리 악을 쓰고 발버둥 쳐도 다수의 벽에 막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정치다. 우리는 그동안 다수당의 횡포, 비협조로 발목 잡혀 허둥대는 국정을 수없이 경험했다.

일각에선 축구 한·일 전에 비유한다. 무조건 이겨야 국민들 직성이 풀린다. 원래대로라면 민주당이 비례정당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미래통합당 비례정당이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가능하게 한 법 취지를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이라는 말이 무겁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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