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텅빈 거리. 상점들과 아파트는 굳게 닫히고 도시는 적막이 감돈다. 그때 한 청년이 발코니로 나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한다. 섬세하고 고운 소리, 빠르고 부드러운 선율이 벽을 타고 흐르자 닫혀있던 창문이 하나 둘씩 열리면서 사람들이 얼굴을 내민다. 연주가 끝나자 쏟아지는 박수. 또다른 발코니에선 앳된 소년이 색소폰을 분다. 나이 든 테너는 노래로 작은 콘서트를 열고, 기타와 클라리넷 듀오 연주도 들린다. 이들 아파트 발코니와 창문에는 무지갯빛 깃발들이 내걸렸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고 있는 영상들이다. 그 모습들에 가슴이 짠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또다른 도시.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외출을 막고 영화관, 술집, 카페 등을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전쟁을 앞둔 마지막 밤을 즐기겠다며 일부 국민들이 몰려나와 광란의 파티를 연다. 한 젊은이는 “슬픕니다. 우리는 이제 어디에 가서 술을 마셔야 하나요.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습니다. 너무 슬픈 날입니다”라고 울부짖는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서 심각함을 모른다며 처벌할 수 있다고 화를 냈다. 프랑스 얘기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중국 우한에서는 도시를 봉쇄했을 때 아파트 창문을 열고 빈 거리를 향해 “거기 누구 없어요?”소리를 지르는 시민의 모습이 SNS에 잡혔다. 외로움이 공포로 다가오는 모습에 공감이 느껴졌다. 인간은 원래 사회적 동물이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인간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단절과 외로움을 ‘나누는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는 특별한 나라가 있다.

코로나19로 격리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자들이 식품과 생필품을 구입해 배달해 준다. 전국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소식에, 봉제 재봉 기술이 있는 동아리회원들과 주민자원봉사자들이 앞다퉈 면마스크를 제작해 필요한 곳에 나눠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점들이 문을 닫거나 어려워지는 자영업자들이 늘자 임대인들 사이에서 점포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어난다. 프랜차이즈 업종들 가운데서는 가맹점 임대료 인하. 물류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의 고통을 같이 나누는 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동적인 것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무릅쓰고 자원봉사를 하기위해 달려간 의료진들의 모습이다. 검사가 밀리고 확진자가 속출하는 현지 의사회장이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도움을 외치자, 전국에서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의료행정인력 등 수 백명이 달려갔다.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졸업생들은 졸업식 일정까지 앞당겨 임관을 마치고 달려갔으며, 새로 임용된 공중보건의들도 의료현장으로 투입됐다. 이들의 땀방울은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해외의 동포들도 마음을 보탠다. 미국 워싱턴 지역 한인 교회협의회,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 아프리카 중동 한인회, 한상 총연합회, 재독일영남향우회 등 멀리 해외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이 모금 운동을 벌였다.

‘우리는 하나’라는 연대감으로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절망에서 일으켜 주면서 고립의 두려움과 외로움의 공포를 극복하는 나라.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며칠전 미국 ABC뉴스는 ‘자가격리된 사람들에게 음식물 박스를 배달하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경기도의 젊은 자원 봉사자들이 음식물 상자를 준비해 격리중인 시민과 대구에 물품을 보내는 과정이 담긴 1분51초 분량의 유튜브 영상을 내보냈다.

이 영상은 세계의 누리꾼들로부터 찬사를 얻으며 “한국은 항상 위대한 사람들을 가진 위대한 나라였다”, “정말 놀라운 나라” “사랑스러운 한국”이라는 수많은 칭찬 댓글이 붙었다. “우리는 휴지 하나가지고도 싸우는데 한국은 사재기가 없다”는 반성의 댓글도 많았다.

코로나19 전쟁 속에서도 사랑과 배려로 외로움을 극복하는 사람들. 그것이 우리의 국민성이요, 우리나라가 ‘사랑스러운 한국’인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