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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유리창/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 동양일보
  • 승인 2020.03.23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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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괴산 감물초등학교 교사
이정희 괴산 감물초등학교 교사

[동양일보]2019년도는 만기 된 학교를 떠나 새로운 학교로 옮기게 된 해이다.

전 학교에 5년 있다 보니 적응을 웬 만치도 해 익숙하고 편안하면서도 3~4년이 넘어가면서는 슬슬 매너리즘이 생겼다. 그렇기에 학교를 옮기는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컸으며 그만큼 호기롭게 시작했다.

2019년도 2월 끝자락은 엄청 바쁜 시간이었다. 학교를 옮기며 2학년을 맡게 되었고 최근 2학년 담임의 경험이 몇 번이 있어 주제통합교육과정을 짜보고 싶었다.

이미 주제통합 돼 있는 통합교과뿐 아니라 국어, 창체와도 연계한 주제통합교육과정을 짰다. 미련스럽게 1학기를 통으로 짜다 보니 한두 시간 흘러가는 것은 시간도 아니었다.

남편이 다섯 살, 두 살 남매를 데리고 동물원에 다녀와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호기가 사람을 이렇게 앞만 보게 하고 가족의 배려를 강권하게 하는지를 또 한 번 느꼈다.

덕분에 2019학년도 시작과 함께 주제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우리 반은 11명으로 남자 1명, 여자 1명 총 2명의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있었다.

한 명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지만, 의사소통되고 조작 활동을 잘하는 친구였고, 한 명은 글을 읽고 쓸 줄을 알지만, 의사소통이나 적극적인 조작 활동이 잘 안 되는 친구였다. 학습이 안 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같이 공부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두 달이 지날 즈음 교장선생님께서 협력수업에 대한 언질을 주셨다. 통합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수업이 궁금했고 좋은 방안인 것 같아 몇 차례 협력수업을 진행했다.

일반 학생이 자기 몫만큼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여건,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여건에 다가가는 듯했다.

글자를 읽고 싶어 하였으며 ‘가’, ‘마’, ‘가마’와 같이 간단한 글자를 읽고 할아버지를 떠올려 생각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떠오르는 단어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며 얼추 시 한 편을 짓기도 했다.

내가 발표할 차례에서 좀처럼 입을 뻥끗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참을 침묵하기도 했다. 수업 중 어떤 불편과 불만으로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젓고 발을 쾅쾅 구르기도 했다.

색종이를 찢어 달팽이를 만들 때 달팽이는 없고 가위로 잘게 잘린 색종이 조각만 남아 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영상자료를 볼 때는 보통 아이들과 같이 집중했다.

나의 꿈 표현활동에서 꿈을 다섯 번, 열 번을 물어보아도 대답하지 않았다. 경찰? 소방관? 가게 주인? 닦달하면 그때야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경찰이라고 대답해줬다. 꿈이 뭔지 잘 모르고 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수도 있다.

느리지만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대로인 것 같기도 했다. 더 나은 아이가 되어야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잠시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나처럼 ‘공부하면 잘하게 될 거야’라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다른 아이와 달라 슬프고 화날 수 있다. 내 아이가 창피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아이니까 이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일 년이 지나니 선생님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이 든다. 자폐를 앓는 아이 그대로, 예민한 성향의 아이 그대로, 수다스러운 아이 그대로, 흥미가 없는 공부에 넋 놓는 아이 그대로, 밥을 천천히 먹는 아이 그대로를 사랑하려고 한다. 힘들 때도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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