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정부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주겠다는 발표를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상황에서 현금 살포라고 하니 과연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물론 지급대상과 시기, 범위 등 구체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돈을 주겠다는 얼개는 정해진 듯싶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부가 국민에게 돈을 준다는 발표는 물론 이 같은 발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다들 걱정거리일 것이라는 짐작이다.

워낙 코로나19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고 각 나라에서 국경을 봉쇄하는 일까지 다반사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가 세계인들 관심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성인 1명당 1200달러를 주고 자녀의 경우 한 명당 500달러를 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우리나라의 경우, 마치 다리가 짧은 뱁새가 황새처럼 큰 걸음을 하려면 탈이 난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형국이다.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방하려다 타인의 장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신의 본모습도 잃어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다.

왠지 우리 정부가 요즘 국민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일이 ‘한단지보’가 아니지 궁금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국민에게 주는 돈이 재물이 계속 나오는 경우를 빗댄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마련하는 예산은 모두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해외에서는 IMF 이후 대한민국 재정 건전성이 매우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구제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을 해외에서 호평하는 게 듣기에 좋은 말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전 세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 분야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어찌 보면 넘어서고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가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라고 돈을 푼다는 데 싫어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뒷감당을 예측한 뒤 받아들이거나 받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평지풍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아진다.

국민은 나중에 닥쳐올 국가적 위기를 정부가 충분히 검토하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

더구나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혹여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을 듣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현대사회는 ‘무조건 먹고 보자’는 옛날 방식이 먹혀들지 않는 구조로 꿰맞춰 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확정해 국민에게 선별한 뒤 주겠다는 정부 발표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예단이 들이 않도록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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