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훈 충청남도당진교육지원청 주무관

엄정훈  충청남도당진교육지원청 주무관
엄정훈 충청남도당진교육지원청 주무관

 

[동양일보]현대사회에서 성인으로서 가장 중요하지만 어려운 것은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실제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그로인해, 처음 경험하는 사회생활은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평생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평소 부모님은 “자신의 행실에는 뒤따르는 책임이있고, 그 책임은 본인이 가지면 된다”고 교육하셨기 때문이다. 학생일 때에는 공부를 열심히 안해도, 학교생활에 열심히 참여를 하지 않아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때가 되면 자동으로 졸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뭐든 적당히 하고 건성으로 하는 습관이 들었고, 어떤 일이든 쉽게 포기해 버렸다.

좋았던 학창시절이 지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학창시절의 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겼다. 언제까지고 대충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냉혹했다. 군대에서도 사회생활을 겪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군대에서 겪은 사회생활은 사회생활도 아니었단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업무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과중한 업무로 피로감을 호소했고, 질책이 나를 따라왔다. ‘책임감’, ‘부담감’ 등 예전엔 나와 관계없던 단어가 갑작스레 따라오면서, 남들은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느꼈을 감정들이 나에겐 늦은 나이에 다가와 남들이 느끼는 것보다 내게는 몇 배로 다가왔다.

나의 첫 사회생활은 ‘충청남도당진교육지원청’에서 시작됐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겪었고, 앞으로도 겪겠지만, 처음 경험하는 사회생활에 막막함을 느꼈다.

새로운 지역, 낯선 사람, 새로운 업무, 이 모든 게 나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업무에 대해 모든 것이 서툴고 부족했던 나를, 내 자신이 질책하게 됐다. 업무는 배울수록 전에 이해한 내용과 궤를 달리했으며,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가 튀어나왔다. 더욱이 공무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내가 실수를 한다면, 우리 교육지원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시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생각이 들 때면 부담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출근하면 매일 쌓여있는 민원과 처리해야 할 업무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시 나를 따라오던 질책과 따가운 시선들. 처음에는 출근하기가 무서울 정도로 내게 부담이 됐던 이 경험들을 점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됨을 느끼고 있다. 예전처럼 ‘이건 힘들 것 같은데?’라며 ‘안됩니다’라며 포기하려고만 했던 내가, 이제는 내가 혼자 해결하기 힘든 업무라도 타 부서와 협조를 하든,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경험 많은 다른 선배들에게 알아보려 하든 포기보다는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제 교육직 공무원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많겠지만, 나를 만들어주는 경험들을 소중히 할 생각이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이, 때론 호된 질책들이 나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내 모습을 집착하며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나보다,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방법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나 자신이 되길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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