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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한문고서 목판본의 판각자 실명제
동양칼럼/ 한문고서 목판본의 판각자 실명제
  • 동양일보
  • 승인 2020.04.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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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한문고서(漢文古書) 목판본(木版本)의 판각자(版刻者) 실명제”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답답함과 불안함을 문화적으로 해소하라고 공개했다. 이에 3월 31일 화요일 뉴시스 강신욱부장이 최초로 보도했다.

제목은 무슨 뜻일까. 박학다식이 추리응용융합창의력의 원천이다. 한문고서를 간행할 때 간행하려는 책의 내용을 붓에 먹물을 묻혀 한지에 쓴다. 그리고 이것을 나무판에 붙이고 글자부분을 남기고 여백을 칼로 파낸다. 글자만 남은 나무판 표면에 한지를 붙이고 먹을 묻힌 솜방망이로 문질러 인쇄한다. 이걸 반으로 접어서 묶는다. 반으로 접히는 중심부를 판심(版心)이라 한다. 판심 위아래 물고기꼬리지느러미 모양의 검은 부분을 흑어미(黑魚尾)라 한다. 이 흑어미 위쪽과 아래쪽 두 군데나, 위쪽이나 아래쪽 한 군데에 글자를 새긴 사람의 성명 중에 한 글자를 새긴다. 반으로 접었기 때문에 글자가 반 만 보여 유심히 보지 않으면 글자가 있는지 알기 쉽지 않다. 판심에 글자를 새겨놓은 책도 현재 흔하지 않다. 대개 조일전쟁[임진왜란] 이전에 간행한 목판본 고서에 많다. 그 이후에도 그 관행을 답습하여 판심에 글씨를 새긴 사람의 성명 중에 한 글자나 문양을 새긴 책이 간혹 있다.

첫째, 한문고서 목판본의 판심 흑어미에 왜 한자(漢字)와 문양(紋樣)을 새겼을까? “판각자:각수(刻手):나무판에 글자를 새긴 사람”을 알아볼 수 있게 실명제를 적용한 증거다. 즉 글자를 새긴 사람의 이름을 새겨 놓게함으로써, 글자를 새기는 사람이 책임감을 가지고 글자를 잘 새기게 한 것이다.

둘째, 세상도처에 박학군자(博學君子)가 많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상대에게 말하는 것도 학문정보교환에 도움이 된다. 2020년 4월 2일 수요일,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김영진교수가 김상욱소장 <손와만록(巽窩謾錄)>에 대해 전화로 몇 가지 문의했다. 이 때 필자가 3월 30일까지 한문고서 목판본 판각자실명제에 대한 원고를 마무리 하느라 바빠서 다른 원고 2건을 미루었는데 5일까지는 작성해서 보내야한다고 말했다. 김교수가 말했다. “어미에 각수 이름 새긴 것은 임진왜란이전 고서에는 많습니다. 실명제 맞아요. 또 새긴 분량을 계산해서 인건비를 주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글자를 새겨놓은 이유 하나를 더 알게 됐다. 감사하다. 서로 학문적 대화를 통해 학문이 성숙향상되는 것이다.

셋째, 어미에 한자나 한글을 새겨놓은 책 <서전대전(書傳大全)>과 >서전대전언해(書傳大全諺解)> 2종을 소개한다. 한문고서 판심 흑어미에 한자와 문양을 새겨놓은 책에 대해 현재까지 학계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문고서를 다루는 안목이 있는 상당 수 골동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필자도 이런 동향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며 시간 나는 대로 가지고 있는 책들을 점검해보았다. 그 결과 위의 2종의 책에 한자와 문양, 그리고 기호로 보이는 내용들을 음각해놓은 사실을 확인했다.

넷째, <서전대전> 10권 마지막 면(面)에 “을축유월일 영변부개간(乙丑六月日 寧邊府開刊)”이라 새겼다. 따라서 간행한 하한연도는 1865년이다. 김영진교수의 말대로 임진왜란 이전에 어미에 각수의 성명 한 글자를 새겼다는 통례에 의하면 1865년 이전으로 올라갈 수 있다.

다섯째, <서전대전>권10 23장과 24장의 판심 위아래에 “인(仁)”을 새겨놓았다. 이로보아 “인(仁)”으로 약칭으로 하는 각수는 <서전대전>권1~권10까지의 글자를 새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한 사람이 2장을 연속으로 새겼으며, 나무판 1장에 인쇄할 책의 내용 2장씩을 새겼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여섯째, <서전대전언해> 권2는 두 번째 책이기 때문에 서문이나 발문이 기술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를 통해서는 간행연도를 알 수 없다. <서전대전언해> 권2 69장과 70장에도 “인(仁)”을 새겼다. <서전대전>권10 49장과 50장 판심 위아래에 “계(戒)”를 새겼다. <서전대전언해> 권2 55장과 56장에도 “계(戒)”를 새겼다. 이런 사실을 통해 <서전대전언해> 는 <서전대전>과 함께 동시에 늦어도 1865년 영변부에서 간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외 <서전대전>10권에 쌍(双), 윤(尹), 령(令)도 새겨놓았다.

필자가 제시한 책 이외, 다른 책에도 판심 흑어미에 한자, 문양, 기호를 새겨놓은 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심있는 분들과 조예깊은 분들이 보다 더 정밀하게 연구하여 우리 전통인쇄문화의 특징과 가치를 올바로 홍보고양하기를 삼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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