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서 충북TP 차세대에너지센터장

최종서 충북TP 차세대에너지센터장

[동양일보]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세계가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빨리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이 사태가 빨리 종식되기를 누구나 간절히 바랄 것이다. 만약 방사광가속기가 지금보다 많이 보급되어 활용되고 있었다면 코로나 퇴치 신약 개발이 훨씬 빨라지지 않았을까?

타미플루 개발이나 비아그라의 효과가 방사광을 이용해 밝혀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개발된 신약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방사광을 이용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의 내부 구조와 상태를 관찰, 분석하는 장치이다. 방사광(放射光)이란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방향을 바꿀 때 접선 방향으로 방출되는 빛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선 1994년 포항에 설치된 방사광가속기(3세대)와 2016년 설치된 방사광가속기(4세대) 2대가 운영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각종 화학반응의 분석, 단백질 구조분석, 촉매재료, 반도체, 물질분석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활용되며 충북의 대표산업들로 육성중인 바이오산업,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서도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충북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기업인 셀트리온, 한화큐셀 등이 포진해 있고, 관련된 바이오산업과 태양광산업이 잘 발달해있다.

방사광가속기의 활용사례를 들어보면, 많은 질병은 인체의 세포 내로 바이러스 등이 침투하거나 유전자 구조가 변형되면서 발병한다.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면 세포막의 바깥에서 작용하는 병원성 단백질이 어떻게 세포막에 작용하는지 알게 된다. 또한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를 결정을 만들지 않고도 구조분석을 할 수 있다. 이런 연구가 바로 신약 개발로 이어진다.

고효율 태양전지의 개발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뿐 아니라, 태양광산업의 생존과 성장에도 꼭 필요하다. 방사광가속기는 고효율 태양전지 재료의 개발에도 적절히 활용된다. 태양전지가 광을 흡수하여 전자를 생성하는 변환과정에서의 재료의 구조 분석과 효율과의 상관성을 규명해 고효율 재료 개발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충북은 LG화학, 에코프로비엠, 파워로직스 등 이차전지산업 관련 기업이 291개로 전국에서 가장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전기자동차가 한번 충전하여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는 리튬이차전지의 양극소재에 의존한다. 따라서 양극소재의 고용량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고용량 소재를 사용하면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하여 수명 열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다른 분석장치 보다 물질의 실시간 구조 분석을 통한 메커니즘 규명, 즉 원리를 밝히는데 탁월한 도구로 생각된다.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가 제시한 입지조건은 지질·지반구조 안정성, 자연재해 안전성, 시설 접근성 및 교통편의성, 인근 배후도시의 정주여건, 가속기 활용산업 집적 및 연관산업 형성 정도, 미래자원 확장가능성 등인데 모든 항목에서 충북은 가장 탁월한 입지를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생명과 태양의 땅’충북은 바이오산업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산업,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충북에 방사광가속기가 유치되면 이들 산업에 대한 R&D가 더욱 강화되어 대표 산업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과 태양의 땅을 딛고 힘차게 날아올라 미래 국가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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