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재 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장

김인재 포도연구소장
김인재 포도연구소장

 

[동양일보]요즈음 코로나19로 인해 대형마트나 슈퍼를 방문하기가 망설여지지만 나는 지난 주말에 식료품 구입을 위해 마트를 찾았다. 과일 매대에 전시된 포도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포도연구소에 근무를 하게 된 후부터 갖게 된 습관이다. 어쩌면 직업병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도가 나오는 제철에는 어느 지역에서 나왔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품종은 무엇인지? 품질은 어떠한지? 시장조사일수도 있는 일을 하면서 매대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그런데 제철도 아닌 청포도와 흑포도 등 다양한 모양을 갖춘 수입 포도가 즐비했다.

정부에서는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하면서 계절관세를 도입해 국내산 포도가 수확되는 시기와 경합을 피해 국내 포도산업과 농가의 피해를 막도록 했지만 실상은 포도 제철에도 수입량은 여전히 늘고 있고, 계절관세의 효력은 무력화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국내산 포도 수확시기인 5월부터 10월·11월까지는 계절관세가 붙어 수입되는 포도는 높은 관세가 부여되나, 이외 기간에는 비교적 낮은 관세로 전환된다. 최근 미국산 포도는 수입량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산 포도의 계절관세는 2019년 23.8%, 2020년 21.1%, 2021년 18.5%로 매년 낮아지고 있고 2028년에는 전 기간에 걸쳐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다. 또한 호주산도 5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는 45%의 관세가 부여되나, 이외 기간에는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 포도 수입량은 2018년 5만9998톤, 2019년 6만9075톤으로 2017년 대비 각각 17%, 34%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계절관세가 없는 3월과 4월의 수입 물량이 전체 수입량의 50% 정도로 집중되는 것은 특이할 만하다. 이러한 이유는 저장기술이 발달한 면도 있겠지만, 저장기간을 짧게 함으로 저장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포도 주 출하시기인 여름철에도 시장에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절관세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된 듯하다.

이제는 재래시장, 대형마트, 골목 슈퍼 어디를 가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입 포도가 매장을 차지하고 있고, 소비자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국내산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 샤인머스캣 고유 특성이 잘 나타나도록 재배하는 것과 한 송이의 무게 500~700g, 알수 35~45개, 크기 13~15g의 포도 알의 크기와 모양을 균일하게 만들고, 송이 끝부분의 당도가 18Brix 이상인 고품질 규격 포도 생산과 출하로 국내 포도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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