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 야당의 참패로 귀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이번총선에서 국회 전체 의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얻었다. 반면 1야당과 그 비례 정당인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개헌을 겨우 저지할 수 있는 수준인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예상을 뛰어넘는 총선 '성적표'는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일깨워줬다. 여야 할 것 없이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뜻을 현실에서 풀어내는 것은 정치권 모두에 주어진 숙제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선거 결과를 오독해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당장 여당의 오만과 독주, 그리고 야당의 비이성적인 선명성 강화로 '강 대 강' 대치가 심화할까 걱정이다. 이번 총선으로 거대 정당의 의회 독과점 구조가 더욱 심화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진영 대결이 첨예화한 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양당의 낯 뜨거운 위성 비례 정당 창당으로 무력화하면서 입법 취지와는 정반대로 군소정당이 몰락한 결과이다.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나려면 여야 모두 선거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수개월째 진행 중인 코로나19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심 협력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먼저 민주당부터 겸손하고 포용력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각 분야의 개혁 작업이나 코로나19 사태 해결 등을 위해 집권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작용한 면도 있지만 크게 보면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통합당이 너무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승리에 취해 '이제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식의 오만함이 비치면 국민의 마음이 언제 다시 돌아설지 모른다.

통상 집권당을 심판하는 무대인 총선에서 오히려 혹독한 심판을 받은 통합당은 뼈를 깎는 반성과 살가죽을 벗겨내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차명진 후보의 막말 파문, 공천 잡음과 같은 특수한 상황 때문에 패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희망이 없다. 자기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지 3년이 넘었고, 선거마다 판판이 졌는데도 통합당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균형 감각이 예민한 소위 중간지대 유권자들로부터도 번번이 외면받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세대들이 왜 관심조차 갖지 않는지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 그들의 눈에는 통합당이 민주주의 체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혁하는 건전한 보수가 아니라 과거의 기득권에는 집착하는 병든 수구 세력일 뿐일 수도 있다. 좋은 야당이 좋은 정부를 만든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서도 대표 사퇴 정도로 상황을 어물쩍 넘기면 곤란하다. '위장 개혁'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혁신으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과 비전, 가치를 내놔야 한다. 국민이 이를 보고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인정할 때야 통합당도 비로소 수권 정당의 자격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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