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압승을 거두고 야당은 참패했다. 여당은 범여권 세력까지 하면 18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개헌만 빼고 어떤 법이라도 맘대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의석을 확보했다. 야당은 역사상 이런 패배도 없었다. 4년 전 20대 국회의원 선거,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연거뿌 참패했다. 그나마 영남에서 65개 지역구 중 59석(86%)을 확보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그동안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부정부패 등을 소리높여 외쳤지만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왜 이런 쓰라린 고통을 받아야만 했을까?

첫 번째는 국민은 ‘일단 살자’라는 의식이 강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운 경제 상황속에서 여당을 심판 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외면했다. 소상인들의 몰락, 젊은 층의 실업, 경제 위기로 거리에 주저앉은 자영업자들은 야당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하위 70% 가구에 100만 원 상당의 재난구호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여당의 안정적 지원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야당의 공천행태나 출마한 후보들의 인성이 유권자들은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공천위원회에서 결정한 후보를 멋대로 갈아치우고 자기 사람을 심는가 하면 위성 정당인 비례대표 후보까지 순위를 번복하였다. 또한, 지난 4년 동안 국회에서 막말이나 한 의원들이 또 공천받아 나타나니 황당할 따름이다.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예의를 무시한 불성실한 의원 후보를 누군들 찍을 필요가 있겠는가?

세 번째는 보수 정당의 개혁과 반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참신하지도 않고 국민에 다가오는 정책도 비전도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아집과 안하무인 의식을 가진 것만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빈부격차가 심하고 중산층은 추락하고 있는데 강남부자 같은 이미지는 결단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네 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 정책이 국내외로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국민도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 바이러스 발생 때 정부의 오락가락한 대응에 비난도 있었지만, 정부가 침착하게 질병 통제를 해나가고 혼란스러운 국정을 통제하고 조정함으로써 외국도 찬사를 보내고 국민도 찬사를 받은 것이다.

국민은 여당이 잘해서 표를 찍어준 것이 아니다. 통합당이 제 역할을 못해서 반사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국난 극복을 위해 여당이 책임을 지고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본다. 이제 이번 총선을 통해 거대 여당이 된 집권당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무서운 민심을 받들어 국정과제들을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첫째, 마이너스경제를 플러스경제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 사태로 나라가 휘청거린 이후 최악이다. 지금 기업은 도산하고 일자리는 고갈되고 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데 코로나로 집에만 있으니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기업도산을 막기 위해 세율인하, 보조금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미시경제도 살아난다.

둘째, 민생개혁법안들을 조속히 마련하여야 한다. 소득 성장, 교육, 노동, 아동·청소년 법안 등 개혁과제들이 산적하다. 이를 여당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입법화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을 무시해선 안된다. 야당과 협의하고 합의하여 법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필요하지만 소수도 존중되어야 한다. 셋째. 선거로 주춤했던 검찰 경찰 사법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검찰개혁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줄기차게 시도하였고 국회에서 수사권개선 등 형법 법안도 개정하였는데 미비한 점은 보완하여야 한다. 경찰도 정보경찰분리, 자치경찰제 시행,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 개혁과제가 상당하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과제가 경찰개혁이다.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국민의 편익 측면에서 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제 여당은 무한책임을 지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식하여 국회 발전에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힘 있다고 독단적으로 독재나 하고 무시하고 거들먹거리면 다음 선거에서 폭망한다.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이행하여야 한다. 야당도 이젠 정신 차려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 회귀의 보수인가. 퇴행적인 관행으로 연명한다면 해체하고 없는 것이 좋다. 야당 없이도 국정은 돌아간다. 그러나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국가도 발전하고 권력부패를 견제할 수 있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야당이 국민의 함성을 인식하고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그래서 절차탁마한다면 다음번에 국민은 기회를 줄 것이다. 지금은 처절한 반성과 성찰만이 야당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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