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긴급재난지원금 이슈가 시원스레 진척되지 않는 느낌이다. 여야 주요 정당 모두가 4·15 총선에서 정부 원안이던 소득 하위 70%에서 100%로 지급 대상을 넓힌다고 공약한 것이 발단이다. 당대의 주요 의제가 망라하고 대안이 경합하는 선거 국면에서 그렇게 뜻이 모인 것은 70%로 제한할 경우 대상을 가려내는 데 드는 시간과 행정비용의 문제, 누구는 받고 누군 못 받는 데서 유발되는 보편성 논란의 폐해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거 후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청와대와 함께 이 사안을 다루는 솜씨와 미래통합당이 보이는 태도는 불안하고 신뢰를 보내기도 어렵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100% 지급 공약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친 통합당의 표변은 무엇보다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심의 싸늘한 심판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덴 다 이유가 있다.

지금 국회에는 7조 6000억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출되어 있다. 소득 하위 70% 범주에 드는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을 토대로 짠 것이다. 이 원안을 지지한다는 통합당은 당정이 기부 유도 방식의 100% 지급 수정안을 내놓자 3조∼4조원 증액이 필요하니까 추경 수정안을 다시 내라고 요구했다. 당정안을 거부하며 타협할 뜻이 없음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당정 간 의견 합일은 국회의 예산 심사에서 예상되는 예산 증액 조처에 정부가 동의한다는 뜻을 이미 품은 거라서 정부로서는 원칙적으로 수정안을 낼 필요가 없다. 원안을 놓고 여야가 의견을 나눠 증액 대안을 만들면 그만이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막판까지 여야 교착으로 일관할 거라는 불길한 기운이 돌자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만큼 '속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며, 국민에게 그것을 알리려는 신호 보내기로 읽힌다.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심의와 여야 간 타협을 압박하는 성격도 물론 가미되어 있을 것이다. 그 의지와 의도는 알겠으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은 내우ㆍ외환ㆍ천재ㆍ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ㆍ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헌법(76조 1항) 정신 때문이다. 결국 의회의 대화와 타협이 열쇠다. 당정은 더 설득력 있는 100% 지급안을 다듬어 야당을 유인하고, 야당은 총선 공약을 되새기며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