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일종의 거대한 현미경이라 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이 결승선에 다다랐다.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는 충북 청주와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이 뛰어들었다. 정부는 6일 대전에서 평가발표회를 열어 4개 유치 희망지역 중 1, 2위를 가린 뒤 7일 현장실사를 거쳐 우선협상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대상지 선정 평가는 △제공 부지, 진입로 등 기본 요건(25점) △지질·지반 안전성, 배후 부지 정주 여건, 확장 가능성 등 입지 조건(50점) △행정·법적, 재정지원 방안 등 지방자치단체 지원 (25점) 등이다.

21대 총선에 나선 각 지역 후보들이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지역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방사광가속기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는 지역은 그야말로 ‘대박’을 품는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방사광가속기 설치에 1조 원을 투입한다. 1조 원이 모두 지역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과정에서 나오는 ‘떡고물’에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방사광가속기 생산유발 효과로 6조7000억 원, 지역 내 부가가치효과 2조4000억 원, 고용창출 효과 13만7000 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니 지자체들이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죽기살기식으로 나섰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방사광가속기 입지의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먼저 충북에서는 입지 후보지인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오창TP)은 환경영향평가 지질조사, 문화재 조사 등을 마쳤고 화강암반의 넓은 분포로 지진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오창TP가 산업단지로 고시돼 사업기간을 2년 가량 앞당길 수 있고 전국 어디서든 2시간 내 접근과 1일 분석권 제공, 청주국제공항이 인접해 있어 해외석학 유치가 용이하다는 점을 든다. 또 바이오 반도체 화학기업 1000여 개가 밀집돼 효율성에서 뛰어나고 국정 아젠다인 바이오헬스 혁신전략,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정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마스터플랜 연계에도 최적이라고 강조한다.

강원에서는 수도권 접근성을 꼽는다. 방사광가속기 수요의 4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의 춘천 지지선언도 뒷심으로 내세운다. 특히 유치전에 뛰어든 4개 지역 중 1978년 이후 규모 2.0 이하의 지진이 없는 곳은 춘천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설 안전에 가장 중요한 지반안전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남에서는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호남권이 똘똘 뭉쳐 크게 높아진 지역 연대감을 든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균형발전 관점을 주요 평가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운영 또는 구축 중인 가속기 5기 가운데 포항에만 2기가 운영 중이고 대전엔 2021년 목표로 중이온가속기 구축 중, 경주엔 양성자가속기 운영 중, 부산엔 2023년까지 중입자가속기가 구축될 예정이라고 한다. 호남에만 가속기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북에서는 분산 구축이 아닌 집적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강조한다. 3, 4세대 가속기 등 대형 연구시설이 집약돼 있고 대구경북권에 3개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있어 기초·원천연구에도 가정 적합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에는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방사광가속기 집적을 통한 국가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마다의 주장을 듣다 보면 모두가 방사광가속기 설치 최적지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정한 평가기준에 따른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선정 결과를 둘러싼 반발과 잡음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과거 정부가 국책사업을 선정할 때 정권 실세들에게 질질 끌려다닌 끝에 불공정하게 결말난 사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비록 철회는 했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총선 기간중 광주에 내려가 전남 유치 약속을 한 것에 대해 아직도 찜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가정책은 백년대계를 보고 추진해야지 특정지역의 이익이나 정치권의 힘에 따라 좌지우지돼선 안된다. 지자체 지원 항목을 둬 정부가 유치를 과열시킨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조건 공정하게만 평가하면 뒤탈이 없다. ‘백 투 더 베이식(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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