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보건인력 미배치 학교 초등 절반 이상 차지
보건전문인력 외지·한시적 근무 기피…방역망 구멍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초·중·고교의 등교수업이 오는 13일부터 단계적·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충북 도내 보건인력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58곳에 달해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다.

6일 방역 당국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당장 다음 주부터 ‘학생 간 1m 거리 띄우기’ 등 방역 지침을 지켜야 하지만 단체 실내생활을 하는 학교 특성상 적용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보건·방역을 책임지는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자칫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등교수업에 대비해 코로나19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나왔을 때를 가정한 모의훈련을 하는 등 대처방안을 숙지하고 있다.

훈련 시나리오를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학교에서 나오면 모든 구성원이 대응에 나서게 돼 있다. 담임(지정)교사와 보건교사, 부장교사, 행정실장, 교장·교감이 각각의 역할을 하는데 보건교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충북 학교 열 곳 중 한 곳에는 아직도 보건 전문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만약의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 대처에 차질이 우려된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6일 현재 도내 초·중·고·특수학교 480곳 중 377개교(78.6%)에만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으며, 코로나19에 따른 보건인력을 배치한 45곳을 더해도 총 보건인력 배치 학교는 422곳(88.0%)에 그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보건인력 채용에서도 초·중·고교 95곳 중 간호사면허증이나 보건 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보건인력을 45곳밖에 구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최대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배치하는 인력이어서 이후에는 이 학교들도 학교보건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크다.

임시 보건인력조차 구하지 못한 초등학교 32곳과 중학교 24곳, 고등학교 2곳은 사실상 학교보건 사각지대가 돼버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급 학교별로 1~3차 모집공고를 냈지만 도심과 떨어진 소규모 시골 학교 인데다 한시적 배치 등으로 근무를 기피,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등교 개학 뒤 학교 구성원이 의심 증상을 보이면 보건교사가 유증상자를 관찰하는 '1차 방역관' 역할을 맡는다.

메르스 사태 이후 2016년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이 개정되면서 감염병 발생 시 학교 내 대응 주체가 돼 보건·담임교사 중심에서 ‘모든 구성원’으로 바뀌긴 했지만, 보건교사 의존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보건실 업무와 일시적 관찰실 업무를 분리시켜 관찰실에는 일반 교사를 상주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의심학생을 선별진료소로 보낼지 판단하려면 결국 보건교사가 학생을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서류에는 일반 교직원 이름을 넣더라도 보건교사가 보건실과 일시적 관찰실을 동시에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인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 벽지의 소규모학교가 다수인 한시적 일자리에 시큰둥해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며 "원활한 구인을 위해 충북간호사회와 도내 소재 간호대학, 간호 인력 취업교육센터 등에 홍보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와 보건교사 또는 보건인력이 미배치된 학교를 ‘멘토-멘티 학교’로 지정, 보건 업무 등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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