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권 취재부 부국장 / 공주·논산지역 담당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김정섭 공주시장 주민소환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박정현 부여군수까지 출동해 김 시장 보호막을 치고 나섰다.

백제문화제재단 대표 취임식에서 박 군수는 축제의 격년제 결정이 김 시장 주민소환의 주된 사유라는 점을 의식한 듯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군수는 총 19분의 연설중 무려 16분을 격년제 문제에 할애했다. ‘백제문화제를 정파성·지역성으로 보며 본질 외면’ ‘축제를 지역의 이해관계로 악용’ ‘축제가 용두사미로 전락’ 등 많은 워딩을 동원했다.

격년제 재검토를 시사한 발언이야 진정성을 높게 보면 적절한 발표였지만, 그걸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프롤로그였다면 무척 ‘과’했다.

기자와 언론은 대개 정치인의 정책보다 그들의 쌈박질을 더 크게 다룬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박 군수의 발언도 싸움은 아니지만 격년제를 반대하는 공주시민들에게는 ‘시비’처럼 들리기 십상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언론사 몇몇은 소상하게 ‘보도택배’를 해줬다. 시민들의 불편함은 배가 됐다.

백번 양보해서 격년제가 옳다 해도 결정과정에서 시민들 의견을 듣지 않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얼마나 더 설명해야 할까.

김 시장도 사과는 했다. 하지만 시장의 ‘소통부재’를 더 이상은 두고볼수 없다는 것도 시민들 뜻이다. 김 시장이 재량권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거나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박 군수의 발언은 김 시장 입장에서 보면 선의의 '위장 취업'에 가깝다. 하지만 문제는 약발이다.

권력이란 게 영원할 것 같지만 붕괴도 순식간이다. 무너진 권력을 역사적으로 보면 빈틈없이 강고해 보였던 그것이 대개 한순간에 최후를 맞았다. 지방권력도 민심을 거스르면 ‘훅’ 간다.

말 타고 달리던 인디언들은 이따금씩 말에서 내려 달려온 쪽을 바라본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려 자기의 영혼이 미처 뒤쫓아오지 못했을까 봐….

김 시장은 언제쯤 말에서 내려 민심을 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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