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족욕시설에 세종대왕과 무관한 반찬등속까지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다음 달 개장을 앞둔 초정행궁이 특색 없고 부실한 콘텐츠로 채워져 지역 관광 활성화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초정행궁은 청주시가 무려 165억7800억원(국비 47억5000만원, 도비 23억7500만원, 시비 94억5300만원)을 들여 내수읍 초정문화공원 일원 부지 3만7651㎡에 건축면적 2055㎡ 규모로 건립했다.

건물은 전시시설(침전·편전·홍보전시관·왕자방), 활용시설(수라간·탕실·독서당·초정원탕행각), 임대시설(기획관·다목적관·전통찻집), 한옥체험영역(한옥체험관 6동 12실)으로 구성돼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창제 마무리와 안질치료를 위해 초정에 행궁(行宮)을 짓고 121일간 머물렀던 역사적 이야기에 근거해 기획됐다.

하지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에 얽힌 역사·문화적 재료가 풍부함에도 완공된 초정행궁에는 관광객을 불러 모을 만한 특색 있는 콘텐츠가 전무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족욕시설이 실내(64.58㎡)와 실외(249.75㎡)에 대형으로 설치된데다 수라간에는 세종대왕이나 초정약수와 무관한 반찬등속(청주 지역 진주 강씨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요리책) 체험시설이 마련돼 역사성을 너무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세종실록에 ‘이엉(볏짚을 엮어 만든 지붕재료)을 덮었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초정행궁은 화장실, 안내소 등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 주요 건물 모두 기와를 얹어 지었다.

이 밖에도 수익사업이 될 한옥체험관의 숙박료는 방 크기에 따라 10만~2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이마저도 한옥에서 하룻밤을 묶는다는 것 외에는 어떤 특색도 찾아볼 수 없다.

인근 상인 A씨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는데 10만원, 20만원씩 들여 초정행궁에서 하룻밤을 묶으려는 관광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며 “초정행궁 덕분에 관광객이 늘어 지역 상권 활성화와 발전을 기대했으나 실망감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화기획자인 B씨는 “세종대왕의 초정행궁은 1448년 전소돼 사라졌기 때문에 이미 행궁을 기획했을때부터 현실적으로 고증이 불가능한 상태로 시작된 것”이라며 “건물은 그렇다고 해도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세종대왕을 주제로 이렇게 상상력 없는 콘텐츠로 초정행궁을 채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가면서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6월 중순까지 내부 인테리어와 전시 등이 완료되면 초정행궁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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