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연구용역비 1억5938만9000원 만큼 진행되고 있나.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노태우 두명의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방침으로 반발을 사고 있는 충북도가 이번엔 멀쩡한 충북도자치연수원을 제천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또 다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충북도는 이시종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때 내세운 '충북도자치연수원 제천이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한계리에 있는 자치연수원 이전을 위한 용역 발주(용역비 1억5900만원) 및 공청회를 여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명분은 지역균형발전이다. 자치연수원을 이전하는 데는 약 441억 2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달 28일 충북연구원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패널 5명중 4명이 이전에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고 유일한 공무원 신분인 이병민 도청 노조위원장만 반대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다. 이전에 찬성하는 패널만을 골라 중점 배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 자리에서 연구용역 수행기관인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도내 공무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는 이전반대 51.56%, 반대 35.24%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반대했지만, 이시종 지사의 선거공약을 추진한다는 충북도 정책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공무원 신분이다보니 이전반대가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전시 현 청사 활용방안으로 1·2순위 모두 교육관련시설을 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눈여겨 볼 일이다. 이 설문조사대로라면 현재 충북도자치연수원도 결국 교육관련시설로 활용되면서 막대한 도민 혈세를 들여 제천에 연수원 하나를 추가 설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선거 공약 이행도 좋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현재의 충북도자치연수원이 건축된지 24년 밖에 안된 '멀쩡한' 시설이라는 점이다. 충북도자치연수원은 청주시 개신동 현 충북대 캠퍼스(당시 이름은 충북도공무원교육원)에 있다가 1996년 지금의 자리 16만3049㎡로 이전해 강의·합숙시설 14동과 편의·체육시설(음악교실·잔디운동장· 테니스장·농기계야외교육장 등)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런데도 충북도는 이전 명분의 이유중 하나로 시설 노후화를 들고 있다. 

현재 자치연수원의 정원은 39명으로 지금은 청원경찰(4명)을 포함, 41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올 예산은 56억 6900만원이다. 지난 한해동안 이 곳에서 교육받은 도내 공무원은 7177명, 일반 도민 3682명 등 총 1만859명이다. 교육생들은 종전 이곳에서 합숙교육을 받았으나 지금은 비합숙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충북도가 내세우는 지역균형발전은 당연히 추진해야 할 도정의 중심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자리로 이전한 지 24년 밖에 안된 시설을 노후화를 들어 이전한다는 것과 이전이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크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것에 불과해 차라리 산업단지를 추가 조성한다든 지, 제천지역의 역사·지리·문화 등을 감안한 특화산업 육성을 중점 추진해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더 절실하다는목소리가 높다. 

또 자치연수원이 충북의 북부지역으로 옮겨가면 북부지역 공무원들은 편할 지 몰라도 그 외 지역의 훨씬 더 많은 공무원은 오가는데 불편이 더 크고 이에 따른 교육비도 증가할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 따른다. 

충북도청의 한 공무원은 "현재의 시설을 오랫동안 활용하는것과 이전했을때의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 이용자들의 편의, 도민 혈세 등을 따져보면 답은 나온다"며 "지사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행하기 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이해할 대체 사업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게 합리적인 도정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공무원도 "실효성이 크지도 않을 교육시설 이전을 위한 용역비 1억5900만원과 이전비용 441억원은 도민 혈세가 아니냐"며 "이런 돈은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써야 진짜 도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일갈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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