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한 충북도가 제대로 생색도 내지 못하고 격랑에 휩싸였다. 12년 만에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했으면서도 탈락한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 숨죽이고 있어야 했던 충북도였다. 운동경기에서 이긴 선수가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아쉽고 안타까웠다.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와 자치연수원을 이전하겠다고 들고나온 것은 악수였다. 선두에서 깃발을 들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오만함, 시류에 편승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가 반대 에 부딪친 것은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한두번 요구한 것도 아닌 것을 이번에 덜컥 수용한 것이 발단이다.

공과를 떠나 그들은 대한민국을 통치했던 대통령이다. 우리는 그런 사실까지 부정할 수 없다. 동상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이유다.

굳이 철거를 하겠다면 법을 어겨 가며 동상을 건립해 오늘의 분란을 자초한 ‘원죄인’에게 먼저 법적 책임을 물어 원인 해소부터 해야 한다.

그보다는 2009년 7월 청주시민 성금으로 만들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비를 청남대에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청남대는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 관광 명소화가 된, 충북의 소중한 자원이다. 이곳저곳 떠돌던 추모비는 지금 청남대 인근 문의면 마동리 창작마을(폐교 활용) 한켠에 있다. 추모비를 청남대 입구 돌탑 옆에 세워두면 제격이다. 돌탑은 당시 문의면민 5800명이 돌 한 개씩을 모아 쌓았으며 32개 마을 이름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청남대는 충북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충북도자치연수원 이전도 논란이다. 자치연수원은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지 24년 밖에 안된다. 그런데 이전 이유 중 하나로 시설 노후화를 들고 있는데 그런 식이라면 그보다 더 오래된 아파트나 대형 건물들은 뭔가. 공사 감독을 소홀히 해 건물을 형편없이 지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닌가.

충북도자치연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이시종(지사) 후보가 제천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세가 불리한 북부권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지역을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는 게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으로 할 거냐, 서울 등 수도권, 아니면 그 외 지역에서 뭔가를 유치해 발전시킬 것이냐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충북도는 손쉬운 ‘아랫돌’을 선택했다.

제천시민들에겐 지역균형발전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2000년대 초 그토록 열망했던 혁신도시를 유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천시민들은 혁신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충주에 기업도시가 오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몰아줬다. 결과적으로 충주에는 기업도시가 들어섰고 제천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제천지역에서 지역 불균형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충북에서 홀대받을 바에야 뭣하러 (충북에) 있느냐. 강원으로 적을 옮기자”는 극단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충북도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 지금도 제천시민들은 혁신도시를 유치하지 못한 것을 한(恨)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전국 내륙 어느 지역보다 빼어난 관광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역발전과 확실히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을 층북도의 무관심 때문으로 생각한다.

지사 후보들이 제천을 포함한 북부지역 발전론을 들고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중 하나가 이시종 지사의 자치연수원 제천 이전 공약이다.

그 공약을 이행하겠다는데 토를 달자는 게 아니다. 제천지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가 관건이다. 현재 자치연수원에는 청원경찰 포함, 41명이 근무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 1만859명(공무원 7177, 도민 3682명)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비합숙이어서 거리가 먼 남부지역(보은·옥천·영동)을 제외한 교육생들은 대부분 집에서 출·퇴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교육대상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멀쩡한 시설을 뇌두고 441억을 들여 이전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대신 충북이 아닌 외지에서 기업이나 연수원 같은 시설을 유치하거나 제천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산업육성을 통해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게 백번 낫다.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더 좋은 공약, 충북 안의 기존 틀은 유지하면서 총량을 키우는 전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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