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일 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트루먼 쇼' 감독으로도 유명한 피터위어 감독의 1989년 작품 '죽은 시인의 사회'는 진정한 스승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고 젊은 청춘들이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하는 해답을 주는 정말 가슴 뭉클한 영화입니다. 저는 요즈음 다시 보면서 학생들, 제자들에게 로빈 윌리암스가 열연을 했던 존 키팅 선생님처럼 진정한 스승이 되고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해보기도 합니다. 30년도 더 된 영화이지만, 다소 진보적인 선생님, 보수적인 교육당국이란 배경에서 현실을 찾아 순응하며 살 것인가, 꿈과 이상을 향해 알 수 없는 미래이지만 달려가 볼 것인가 라는 이상과 현실의 사이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명문 기숙학교 남학생들과, 완전히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을 일깨우는 영어 선생님, 로빈 윌리암스가 열연을 한 존 키팅이 오로지 입시를 위한 교육을 받느라 생각의 자유조차 용납되지 않는 학교에서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자고 시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게 되지요. 1859년에 창립된 미국의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새 학기 개강식. 이 학교 출신인 존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이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합니다. 첫 시간부터 키팅 선생님은 “카르페 디엠, 현실을 살아라, 내일은 지금의 오늘 이란다” 를 외치며 파격적인 수업을 하게 됩니다. 이에 닐은 키팅 선생님을 캡틴이라 부르며 따르게 되고,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닐과 그의 친구들은 엄격한 학교 규율을 어기고 서클에 참여하면서 키팅 선생님을 통해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느끼게 되면서, 시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지요. 그런데 학교는 학생들이 시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예술을 단지 허황된 꿈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존 키팅 선생님은, 예술은 생각의 지평을 넓힌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를 과감하게 교육하고, 아이들 역시 이를 완전히 흡수합니다.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동굴에서 시를 읊고 시를 쓰며 어울려 노는 장면이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습니다. 꿈을 찾아가는 아이, 사랑을 찾아가는 아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아이, 기존의 체제에 순응하는 아이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이들 모두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입니다. 존 키팅 선생님은 이들이 기존의 사고에 매몰되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독려하지만, 기득권 체제에 속해 있는 사람이었기에, 선동죄를 쓰고는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그렇지만 시의 정신 예술의 정신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납니다. 더 넓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은 없을 것입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죽은 시인을 살려내며 각자가 시인이 됩니다. 영화는 그러한 삶을,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책상 위에 올라 서 서 다른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변하던 키팅 선생님처럼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라고 말하는 존 키팅 선생님에서 학생들은 비로소 자신이 누구며,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봐야 하는지 느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숲으로 갔다. 왜냐하면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였다. 나는 인생의 정수를 마음 속 깊이 그리고 끝까지 맛보며 살고 싶다. 삶이 아닌 모든 것들을 털어 버리기 위해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삶이 끝났다고 포기하지 말자.” 라는 말은 진정 자유로운 사고로 마지막 순간까지 자아를 이루라는 희망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교실 책상에 올라서며 당황하는 학생들을 향해 “내가 왜 이 위에 섰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 이 위에 선 이유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거야. 이 위에서 보면 세상이 무척 다르게 보이지, 믿기지 않는다면 너희들도 한번 해봐 어서, 어서!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도 봐야 해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일지라도 시도를 해봐야 해.” 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지막 존 키팅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게 될 때 학생들이 캡틴이라 부르며 선생님 최고였어요 라고 말하며 함께 나누었던 시를 되뇌이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물론 학생들에게 자신을 위한 진정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그로 인한 세상의 희망이 되라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들리나? 카르페...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내일은 지금의 오늘이다, 내일을 바꾸고 싶다면 오늘을 바꿔라“ 라고 한없는 애정으로 학생들을 살피는 존 키팅 선생님의 말과 안타깝게 2014년 여름 세상을 등진 로빈 윌리암스, 그의 열연으로 진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선생님의 눈빛으로 승화된 사제 간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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