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진보는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 스마트공장, 디지털 트윈 등 시대를 대변하는 다양한 담론을 점차 명확한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디지털화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일하고 즐기는 삶의 모든 방면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급속한 발전이 거듭되어가는 디지털화 속에서 전 세계 기업들은 또 다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소비자는 일상을 모바일 채널에 의존하며 온라인상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체험하며 더 나아가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한다.

모두가 디지털 세상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도시경제를 회복시킬 원동력은 무엇인가? 기존의 원동력인 제조업과 금융 산업의 자리를 창조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예술, 문화, 오락, 교육과 보건서비스 대체할 것이다. 창조적 분야와 첨단기술이 융합하여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킬 것이다. 이미 과거에는 나누어져 있던 기술과 영역이 통합되면서 다양한 정보들이 연계되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허공을 가로질러 우리 삶의 공간을 무한정 흘러 다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계획가들의 중대한 관심사는 도시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 견해 중 하나는 도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보의 흐름은 거리의 종말을 일으킬 것이고 결국 도시의 필요성은 소멸할 것이란 이야기이다. 실제 산업화 시대를 겪으며 도시가 직면해온 수많은 난제에 대한 해답을 디지털적 접근방식에서 찾고 있다.

인터넷과 데이터, 컴퓨팅 기반의 인공지능이 혁신적인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다. 적절한 디지털 접속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누구나 장소의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원하는 활동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재택교육이 오늘날의 대학을 소멸시키고, 화상 거래가 증권거래소를 대체할 것이며 환자의 이동 없이 원격 의료서비스도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화에 따른 도시의 운명에 대해 다소 다른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기반의 기술과 방식이 실제 집적화된 도시에서 번창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스튜디오,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뉴욕의 소호지구 등 전통적인 산업 지역에서 디지털 신산업이 성장했다. 대도시 지역의 집적화 된 경쟁력은 산업간 상호작용과 네트워킹, 사람 간 접촉과 교류를 촉진했다. 더 나아가 이 새로운 산업들은 대도시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 온 전통적인 예술 및 문화산업과 연계되어 도시관광산업의 세계화로 발전했다.

전통산업과 신규산업의 융화과정에서 온라인에서의 비대면접촉이 기존의 소통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역설적으로 대면접촉을 통한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전자기술을 활용한 오락물의 시청, 전자교육, 전자상담 등 디지털 산업은 원격소통으로서 충족되는 부분이 있는 한편 동시에 대면접촉의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멀티미디어 산업의 신설기업들에 낮은 임대료의 물리적 공간은 필수적이었고 그들은 도심 상업지역의 고층 건물군 사이의 틈새에 자리 잡게 되었다. 결국, 사람들의 만남과 상호작용의 공간으로서 도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를 통합하는 정보인프라의 발전과 사이버공간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으로의 변화가 도시의 소멸이나 몰락을 가져올 것인가? 이제 도시의 운명은 디지털화와 정보산업이 도시와 경제, 사회를 해체할 것인지, 아니면 통합을 일으키는 새로운 힘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역사적으로 지난 200년간 도시는 산업화, 자동차의 보급 등 다양한 도전을 수용하고 적응하며 발전해 왔다.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세계에서도 도시는 탄력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디지털화가 초래할 도시의 운명은 현대도시가 직면한 핵심문제이자 향후 도시계획이 고민해야 할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