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요강> 수록 시 ‘하루해’로 상금 500만원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충북 제천 백운면에서 ‘원서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시인 오탁번(77·사진) 전 한국시인협회장이 28회 공초문학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오 시인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8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지난해 출간한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수록된 시 ‘하루해’로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받았다.

오 시인은 “무소유의 세계관으로 우리 시단을 풍성하게 만들었던 공초 선생을 기리는 상을 받게 돼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하루해’는 원서헌 주변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풍경들을 있는 그대로 수채화처럼 그려낸 시”라고 설명했다.

공초문학상은 한국 근대시의 개척자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 시인을 기리기 위해 1992년 공초숭모회와 서울신문사가 제정한 상이다. 등단 20년 차 이상의 중견 시인들이 최근 1년 이내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해 서울신문사 주최로 1993년부터 매년 시상식을 열고 있다. 도종환, 신경림, 정호승, 신달자, 유안진, 나태주 등 한국 대표 시인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오탁번 시인은 공초 선생의 면모에 최대한 부합하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활달한 언어, 인간과 자연을 실물적으로 포착하고 재현하는 능숙한 역량을 가졌다”며 “‘하루해’는 자연의 풍경을 부조하면서서도 더디게 스러져가는 삶을, 쓸쓸하지만 환하고, 비어 있지만 가득한 삶의 역리(逆理)를 노래한 시”라고 평했다.

앞서 오 시인은 ‘하루해’가 수록된 시집 <알요강>으로 지난해 12월 경주 출신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12회 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1879~1944)을 기리는 18회 유심작품상도 받았다.

이 밖에도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문학상(1997), 한국시인협회상(2003), 김삿갓문학상(2010), 은관문화훈장(2003), 고산문학상(2011)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196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이와 아버지’ 당선을 시작으로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순은이 빛나는 아침에’,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처형의 땅’ 등이 차례로 당선되며 현재 한국 문단의 현역 시인이자 소설가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첫 시집 <아침의 예언>(조광, 1973)을 시작으로 <생각나지 않는 꿈>(미학사, 1991), <겨울강>(세계사, 1994),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벙어리장갑>(문학사상사, 2002), <손님>(황금알, 2006), <우리 동네>(시안, 2009), <시집보내다>(문학수첩, 2014), <알요강>(현대시학사, 2019) 등 수십 권의 시집을 펴냈다.

오 시인은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고향인 제천에 내려와 사재를 털어 옛 백운초 애련분교에 원서문학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