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실험동물센터장

김종성 실험동물센터장

[동양일보]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로 6월 18일 기준 214개 국가에서 총 838만3412명의 확진자와 45만192명의 사망자(치사율 5.37%)가 발생했다. 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계절과 관계없이 장기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익숙한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흔드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키려면 효과 있는 백신개발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는 130여 곳으로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760여건에 달하고 이 중 백신 관련된 임상은 27건이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시험은 14건으로 이 가운데 백신은 2건이다. 올 하반기 치료제·백신 임상시험에 1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수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해외 주요 국가들과의 백신개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일반적인 신약과 마찬가지로 백신개발에서도 사람에 앞서 실험동물에게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해 효능과 부작용을 살펴본다. 생쥐, 페렛(족제비), 시리안햄스터, 기니픽, 돼지, 원숭이등의 실험동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의 유전자와 가장 유사한 영장류가 감염병 연구에 가장 적합한 실험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영장류 연구자원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동물윤리로 인해 서구 선진국들의 영장류 연구가 일부 위축되기는 했으나 관련 연구 인프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우수하다. 우리와 이웃한 중국은 이미 세계 실험용 영장류의 90%를 생산하며 영장류 연구의 세계적 메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백신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동물인 영장류 자원을 기반으로 중국은 코로나19 백신개발에 있어서도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를 포함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3등급 고위험성 병원체 관련 동물실험은 차폐시설이 구비된 동물생물안전 3등급 시설(ABSL3)에서 수행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연구개발사업전략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개발과정에 영장류실험을 필수항목으로 정하고 있다. 영장류를 사용해 감염병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시설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소규모 시설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수용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백신 후보물질을 선정해 매달 3건 내외의 실험만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영장류 감염연구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대기수요가 증가하고 개발기간이 지연 되는 것 같아 염려된다.

중국 정부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각 성(省)에 고위험 바이러스 연구를 전담할 3등급 실험실을 설치한다고 한다. 임상시험 자금지원 못지않게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기업이나 대학들이 감염병 연구와 관련 있는 몇 안 되는 국내의 생물안전 3등급 시설들을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추가 시설 확보 계획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코로나19 장기화 및 2차 대유행,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실험동물센터는 각종 신약개발뿐만 아니라 사스와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 연구에도 적합한 ‘마모셋’이라는 체중 300~400g의 소형영장류를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연구자원화 해 실험동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 정부의 정밀의료 구축사업인 “첨단동물모델평가동 사업”에 오송 재단이 선정돼 2022년 완공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동물모델평가동 사업범위에 영장류 감염병 연구가 가능한 동물생물안전 3등급 시설도 포함돼 있어서 마모셋소형영장류 자원을 활용해 신종 감염병 치료제·백신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오송 재단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마모셋 영장류 자원과 고위험병원체 실험이 가능한 국내시설간의 유기적인 협력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효과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한국에서 가장 빨리 개발됐다는 속보가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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