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동양일보]떠날 채비 하는 봄은 야위고 살이 오른 신록은 초여름을 살찌운다

잡고 싶은 봄 끝자락에 하얀 튀밥처럼 튀어 오른 조팝나무는 설렘을 안겨주고 꽃 빛 여린 이팝나무는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며 5월이 당도했음을 알렸다.

우리 도서관에도 따사로운 ‘책봄’햇살을 가득 품게 됐다.

지난달 6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됨에 따라 도서관 일부 시설 개관 소식이 들렸다.

긴 기다림이었던 만큼 도서관 직원들의 발걸음을 분주하고 활기차게 만들었다.

이용자 발길 닿는 곳곳의 안전한 방역과 구석구석 안심 대청소, 소독 비품 정비, 그간 고생했던 마음에 정원의 꽃단장까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맞을 만발의 준비를 하였다. 생활 방역체제로 되었다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므로 마스크 착용은 필수, 손 소독 후 방문일지를 기록하고 체열의 마지막 단계까지 준수한 경우에만 입장을 허용할 예정이었다.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완전한 일상생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소 꼼꼼한 입장 절차이다 싶지만, 모두의 안녕을 위해 서로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 터였다. 하지만 하루 개관하고 다시 임시휴관으로 전환되었다. 의료진의 눈물 앞에, 전 국민의 노력 앞에 염치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태 자유롭지 못한 외출의 답답함을 지난 휴관기간 동안 온라인 독서로 잘 견뎌내고 있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지역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도서관에서 진행한 추천도서 이벤트행사에서 잘 읽을 수 있었다. 어떤 책을 읽으며 어둠을 누르고 희망을 키워왔는지 짐작게 하는 추천사가 여럿 있었다. 시선을 붙들어 두고 타인과 공유하며 의미를 나누고 싶게 한다.

혹독한 세상살이에 길 잃고 헤매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찾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그 첫 번째다.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지금 우리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다며 무사히 돌아온 토끼처럼 잘 해결되어 다시 평온한 일상을 마주하리란 바램으로 가득했다.

두 번째는 류시화의 신작 에세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이다. 가장 힘든 계절의 모습으로 지금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냐면 고통에 계기가 더해져 더 큰 변화와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확신을 배운다고 했다. 인간의 시간이 멈추자 자연의 시간이 돌아온 역설처럼 말이다.

정유정 작가의 ‘진이,지니’를 선정한 참여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두려움을 넘는 자유의지가 희망으로 치환되는 과정들의 이야기가 지금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것에 감정이입이 된다해 추천하기도 했다.

갑자기 세상이 허무해졌다는 사춘기를 맞은 친구에게 추천된 책은 박성우의 “사춘기 준비사전,사춘기 성장사전”이다 몸과 마음이 한 뼘씩 자라날 시기에 고민도 잘 넘겨 등교하는 날 웃어보자는 우정 어린 추천사도 눈에 띄었다.

힘든 어깨 다독이고 힘내라고 기운 북돋아 주기 위한 온라인 독서행사 시즌3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응원뿜뿜! 건강뿜뿜’ 이 행사는 유아부터 초등 청소년, 학부모 전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요즘 핫한 베스트셀러 총 8권 중 1권을 선택하여 응원하고 싶은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에게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면 예쁜 캘리그라피로 적어 추천한 책과 응원 물품을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느슨해지고 다소 무뎌진 지금! 서로를 위한 위로의 선물 같은 독서 희망꾸러미로 다시 힘을 얻어 일어나보자.

맘 놓고 도서관 곳곳을 누비며 문화적 허기를 달래고 도서관 정상화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에 응답할 날은 머지않았다. 늘 그랬듯이 인류는 위기와 고통 속에서도 성장을 잊지 않고 있었으므로 건강한 일상은 실로 천둥처럼 올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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