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생물자원 세계은행’ 구축 의미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바이오경제 시대 기생생물자원이 또 다른 중요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기생충은 혐오의 대상으로 박멸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뒤엎는 내용이다. 충북도에서는 지난 14일 기생생물 세계은행 구축 추진단이 구성되고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이런 시점 한가운데 엄기선(65·사진) 충북대 의대교수가 33년간 진행해 온 기생충학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기생생물은 인류에 해를 주는 존재이며 열대병을 포함한 많은 기생충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기생충성질환의 진단시약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생생물체 원본이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기생생물은 지구상 자연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생명 다양성의 거대한 한 생명체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큰 먹이사슬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생물학적 연구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최근에는 기생충을 직접 이용하여 다른 질환 (예: 사람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전혀 새로운 방면으로의 발전이 시작됐다”는 것이 엄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기생충학으로 학·석·박사학위를 받은 엄 교수는 고려대의대에서 기생충학의 큰 스승 임한종 교수에게 사사,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1987년 3월 1일 기생충학 연구실을 개설하고 국내 기생충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구에 몰두한다. 1993년 돼지간을 통해서 감염되는 인체 제3의 조충인 아시아조충 (Taenia asiatica 1993 Eom & Rim)을 스승과 함께 발견하여 인류보건학상 새로운 질환을 추가하고, 기생충학 211년 수수께끼를 해결함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2005년 3월 국가지정 기생생물자원은행’을 설립하고 2005년부터 올해까지 15년 동안 기생생물자원은행 은행장으로 수집해 온 기생충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오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유일하고 가장 다양한 종류의 수집물이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조충국제연구그룹’ 대표로 국제연구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협력기관 개도국과학기술지원사업으로 나고야의정서에 입각한 탄자니아 국립공원 생물자원협력사업을 (주)코쿤과 함께 주도해 오고 있다. 탄자니아 생명과학기술발전을 위한 연구원 인력 양성과 생명자원 보존유지기술 교육을 통해 야생동물과 지역민 원헬스 질병연구, 기생생물자원은행 포함 컨소시엄 현지분원 설립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대한기생충학회학술상 뿐 아니라 국내 및 해외 기생충질환 퇴치 활동과 기생충학 연구 정진의 공로를 인정받아 신풍국제협력상과 충북대학 ‘개교66주년기념 CBNU연구대상’ 최우수연구자로 선정된다.

현재 세계기생충학자연맹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엄 교수는 기생생물자원세계은행이 앞으로 대한기생충열대의학회와 협력하고, 세계기생충학자연맹과 연대하면서 전 세계 기생충학자와 생명과학자에게 기생충의 다양한 형태 즉, DNA, RNA, Living & Frozen 연구자원을 분양하고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영국의 대영자연사박물관 및 생거연구소,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 등 유명 기생충연구기관과 연계해 세계의 과학기관으로 발돋움하기를 원하고 있다.

엄 교수는 “기생충 신약의 연구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기생생물자원 세계은행 구축 의의는 매우 크다”며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지구상의 자연자원을 우리가 선점하고, 학술 산업적으로 활성화해 유용 자원화 함으로써 인류보건과학의 여러 분야에 이바지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도복희 동양바이오뉴스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