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동양일보]



고故 최숙현 선수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개월이 지났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는 철인3종 선수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더구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자신의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더더욱 가슴이 멘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학연, 지연 인맥 청산과 관리, 감독 강화, 온정주의의 솜방망이 처벌 등 체육계의 구조적인 악습을 청산해야 한다는 솔깃한 대안들이 쏟아졌다. 금방이라도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시간 속에 묻혀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 아니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체육은 이제 뼈를 바꾸고 태를 벗기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전의 낡고 평범한 틀을 싹 갈아치우고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구태와 관행 타파는 물론 원칙과 기본이 중시되고 상식이 통하는 공정하고 깨끗한 체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체육계의 제도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일명 최숙현 법)이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개정안은 성폭력 등 폭력 체육지도자의 자격정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스포츠 윤리센터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했다.

아울러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물리적 공간 분리, 피신고인의 직위해제 또는 직무정지 조치, 피신고인이 신고인의 의사에 반해 신고인에게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신고인을 보호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또 체육인에 대한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주요 지점에 CCTV 등 영상 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와 소속기관의 장이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국가가 표준 계약서를 개발 보급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점검하도록 하며, 불공정 계약 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정 요구권을 부여했다.

이 밖에 국민체육진흥법 목적으로 있던 “체육을 통해 국위선양”이란 문구를 삭제하고 “체육활동으로 연대감을 높이며,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으로 대체했다.

이번 개정안은 체육계 내부의 폐쇄성과 지도자와 선수 간 수직적 관계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체육계 전반의 개혁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현재 지방체육회는 지도자와 선수의 사후 징계 권한만 있으며, 지방체육회와 종목 단체에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동시에 둠으로써 책임이 분산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지방체육회에 사전 예방활동의 권한을 부여하고 이원화되어있는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일원화 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요구된다. 또한 직장운동부의 국비지원으로 국가 차원의 지도감독을 강화하여 지역 실업팀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법 개정이 전부는 아니다. 체육계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지도자와 선수는 물론 대한체육회, 시도(시군구)체육회, 종목 단체 등 체육계 구성원 모두의 개혁을 위한 결단과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제2의 최숙현 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대한민국 체육이 다시 한 번 비상하기 위해서는 체육계 구성원 모두의 성찰과 무한 책임의 자세가 선결돼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실함과 사즉생의 각오로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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