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풍경이 간결하고 진솔한 문체에 담겨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청주시 행정지원과(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파견)에 근무하는 풍연숙(54·사진·청주시 송절동) 사무관이 두 번째 시집 <그렇다 치자>를 펴냈다.

<그렇다 치자>는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길 위에서>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시집으로 총 5부에 96편의 시가 수록됐다.

이번 시집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조직생활, 인간관계 등의 일상 속 풍경들을 간결하고 진솔한 문체에 담아낸 시들이 눈에 띈다.

‘불편한 마음 티낸 것이/마음에 걸려//점심 사드리고/커피 사 드리고/길 가는 애먼 사람 지적질도 좀 하고/호호호호//원상복구 됐다면/본전은 찾은거지?’ -‘제하자 유구무언’ 중에서

‘제하자 유구무언’은 ‘아랫 사람은 모두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적절한 비판과 풍자를 시심에 담은 재치가 돋보인다.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시는 여백의 미를 추구하지만 그 여백에 보이지 않는 언어가 차오르고, 침묵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수많은 언어가 숨 쉬는 것”이라며 “풍 시인의 시는 크고 작은 사물에 자신의 비판정신을 투영해 읽으며 생각하게 하고, 읽고 나서 다시 생각을 유도하게 해 작품의 본질에 접근하게 한다”고 평했다.

1987년 서운동사무소 주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33년 7개월 동안 청주시에 몸담았다. 고향은 제천으로 청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문학지 <문학공간>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1997년에는 <오늘의 문학사>를 통해 단편소설 ‘처음같은 재회’로 소설가로도 등단한 바 있다. 2009년에 첫 시집 <길 위에서>를 발간했다.

그는 “세상에 내놓은 첫 시는 2회 지용신인문학상 공모를 통해서다”며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최종심에 올랐고 이후 자신감이 생겨 본격적으로 시를 더 열심히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올지라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알게 하소서’라는 글로 이번 시집을 낸 소감을 대신하겠다”고 전했다. 오늘의문학사. 129쪽. 1만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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