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수 청주동부소방서장

임병수 청주동부소방서장

[동양일보]코로나19의 확산은 평범하던 우리들의 일상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화재이다. 화재는 규모에 상관없이 일단 발생하면 물질적·정신적 고통이 동반된다.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이 모두 불타 하얗게 재만 남은 것을 바라보는 농민의 심정이나 평생 아껴 모은 재산이 한순간의 화재로 사라진 이들의 안타까움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건조한 대기와 쌀쌀해진 기온으로 화재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는 계절이 왔다. 특히 울긋불긋하게 물든 가을 산은 작은 불씨로도 걷잡을 수 없이 화재가 번진다. 우리 소방에서는 화재 예방을 위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 ‘안전을 선물하세요’를 슬로건으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또, 연휴동안 화재취약 구역에 대해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화재 발생 시 대응에 총력을 다해 청주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계획이다.

이러한 소방당국의 대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중국 후한 시대 역사가 반고가 저술한 한(漢)나라 역사서 한서열전(漢書列傳)에는 곡돌사신 무은택(曲突徙薪 無恩澤) 초두난액 위상객(焦頭爛額 爲上客)이라는 구절이 있다.

굴뚝을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에 있는 나무를 옮겨 화를 피하라고 경고한 사람에게는 아무 대가가 없고, 불이 났을 때 끄느라고 머리를 그을리고 이마를 데인 사람에게만 크게 잔치를 벌여 위한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예방하는 사람보다 사고가 터진 다음 사고를 마무리 하느라고 고생한 사람이 상을 받는다는 왜곡된 논공행상(論功行賞)과 문제해결 방식을 질타한다는 데에서 비롯된 성어이다.

여기서 우리는 화재를 효율적으로 진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화재 예방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한낱 책 속의 문장 정도로만 생각하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곡돌사신도 초두난액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기에 필요한 행동일 것이나 곡돌사신의 의미가 주는 교훈은 평범한 일상의 시작이자 소중한 일상을 지켜줄 열쇠라는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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