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

김종석 기상청장

[동양일보]폭염과 긴 장마로 유난히 힘들었던 올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 계절의 특성상 ‘가을’은 높고 푸른 하늘과 쾌청한 날씨로 인해 야외활동이 잦은 계절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적다고 생각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을철에도 우리가 주의해야 할 위험기상이 있다. 바로 ‘태풍’과 ‘국지성 집중호우’이다.

가을에 태풍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보다 태풍의 영향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열대 해상에서 발생해 중위도로 북상하면서 영향을 주는데, 최근에는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어 태풍으로 공급되는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 필리핀 동쪽 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례적으로 10월 초까지 세력을 유지하면서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우리나라로 빈번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무려 7개 태풍의 영향을 받았는데, 가을철에만 링링, 타파, 미탁 3개의 태풍이 지나갔다. 가을철 영향 태풍 수가 통계적으로 0.7개임을 감안하면 매우 많은 수치이다.

올해도 4개의 영향 태풍 중에서 9월에 9호 마이삭과 10호 하이선의 영향을 받아 수확기를 앞두고 강풍과 많은 비로 농작물이 침수되고, 과일이 낙과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태풍뿐만 아니라 ‘국지성 집중호우’도 가을철 주의해야 할 자연재해이다.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돌발적인 기상현상으로 인명 피해와 홍수, 산사태, 저지대 침수 등의 재해를 유발한다. 9월은 계절의 전환기에 들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나, 대기불안정과 저기압으로 인한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9월 21일 추석 연휴 첫날 시간당 100㎜의 갑작스러운 호우로 광화문 일대 등 도심 곳곳이 침수되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던 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야외활동이 많은 가을철 특성상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시설물을 점검하고, 취약 지역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여름은 유난히 힘들었다. 6월 초부터 이른 폭염이 나타나, 올여름도 더운가보다 싶더니,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지속되는 장마철 잦은 비로 7월 기온이 6월보다 낮은 기온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또한 긴 장마철 동안 집중호우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와 침수, 산사태, 농경지 유실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이러한 이상기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시베리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폭염이 나타났는데, 지난 6월 20일 북극권에 속하는 러시아 베르크호얀스크는 관측 사상 최고기온인 38℃를 기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시베리아의 폭염 원인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이러한 이상기후의 뒷면에 기후변화가 있음을 경고하였다.

사계절 어느 하나도 안전한 계절은 없다. 1년 365일 우리가 계속해서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중국의 변검과 같이 갑작스레 모습을 바꾸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늘 최신의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재해 예방에 힘써야 한다. 기상청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정확도 높은 예보를 내는데 예보관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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