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숙남 충북남부보훈지청장

장숙남 충북남부보훈지청장

[동양일보]16세의 나이로 6·25전쟁에 참전한 캐나다 소년이 있었다. 2007년 그는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되었지만, 그의 곁에서 함께 싸우다 쓰러져갔던 전우들을 잊지 못했다.

그의 이름은 빈센트 커트니.

같은 해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바로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가 있는 부산을 향해 세계가 묵념을 하는 것이었다.

“인류의 고귀한 평화라는 이상을 수호하고 고결하게 목숨을 바친 수많은 희생자와 함께 UN참전용사들을 기억해주십시오.” 그의 제안으로 시작된 턴투워드부산(Turn Toward Busan, 부산을 향하여) 행사가 시작됐다.

세계평화를 위해 6·25전쟁에 참전했던 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부산 UN기념공원을 향해 2008년도부터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매년 11월 11일 11시 부산 현지시간에 맞춰 묵념과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는 뜻깊은 날이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11월 11일은 특정 막대과자를 먹는 날, 가래떡을 먹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유엔군과 국군이 함께 큰 성과를 거둔 인천상륙작전, 낙동강 방어선 전투, 흥남철수 작전 등에서 이들 참전용사들의 헌신이 있지 않았다면 위기에 빠졌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1953년 휴전 협정에 서명할 수 있었고 길었던 전쟁의 막이 내린 것이다.

매년 11월 11일, 많은 6·25전쟁 참전용사가 부산을 찾아 전우들을 추모하며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그들이 끊임없이 부산을 찾고 추모하는 이유는 11월 11일이 아니더라도 한평생 6·25전쟁을 생각하고 함께 싸운 전우들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11월 11일 11시에 울리는 1분간의 사이렌 소리는 세계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 2,309분의 UN참전용사에게 묵념하며 감사함을 전하고 나아가 참전용사들이 안장되어 있는 부산 UN기념공원을 향해 존경하는 마음을 전하는 우리의 외침이다.

특히 올해 11월 11일은 법정기념일인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된 첫 해이다. 이를 위해 충북남부보훈지청에서도 턴투워드부산 온라인(SNS) 감사의 메시지 이벤트와 관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참여로 국가유공자에게 감사의 편지와 함께 빵을 전달하는 행사 등 다채로운 자체 행사를 통해 유엔전몰장병을 위한 추모 묵념에 동참하고 이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인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몸살을 앓으면서 부산 UN기념공원의 행사에 세계 각국의 참전용사는 방문하지 못한다. 우리 국민들도 많이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UN참전용사를 향한 감사의 마음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부와 명예(Pride & Honor)’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날’. 전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이 부산을 향해 11월 11일 11시, 1분간의 짧지만 깊은 묵념을 하는 Moment to be one 행사에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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