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박희팔 소설가

박희팔 소설가
박희팔 소설가

 

[동양일보]응모작 121편엔 가족사, 유년시절의 친구들, 그 지방의 특수어, 자식사랑, 코로나19 이야기 등 등 다양했다.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수필의 기본기를 갖춘 수준 높은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일상 신변잡기류의 글이 눈에 띄어 이들을 먼저 제외하고 숙독을 거쳐 이중 최종심으로 3편을 골랐다.

그 중 하나가 ‘도덕산 바우’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의 바위를 ‘큰 바위 얼굴’에 비유한 것으로, 나중에 제일 잘된 진구에게 이 이름을 붙여주자 하고 그 계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각각 고향의 마을을 떠났고 석수라는 친구만 마을을 지켰는데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하여 옛 친구들이 문상을 왔는데 유독 제일 성공한 기필이만 돈만 부탁하고 오지 않았다. 매번 불상사에 그 비서를 통해 못 간다는 말만 전달했던 기필이를 배제하고 고향과 친구와 그 부모들을 보살피며 궂을 일을 해준 석수에게 그들이 약속한 대로 “도덕산 바우‘의 칭호를 달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쳇불’이다. 액체나 가루를 거르는 그물을 ‘쳇불’이라 한다. 쳇불구멍의 크기에 따라 어레미, 도드미, 가루체 등으로 나뉘는데 살면서 각종의 어려움을 이 쳇불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하며, 앞으로의 삶에 약간 느슨하고 부드러운 쳇불로 걸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내용이다.

그리고 ‘까마귀’다. 어렵사리 얻은 아이를 잃고 그 책임감으로 나날을 우울하게 살다가 불길하다는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아이를 데려간 것 같아 그 소리를 증오하던 중 놀이터에서 까마귀와 친하게 노는 이이들을 보고 노트북을 보니 까마귀 소리는 불길한 것이 아니라 끼리끼리의 소통방법으로 불길한 일을 예고해준다는 걸 알고 자식의 불길함을 일러준 소리를 모르고 내 일에 매달리느라 참변을 당했다는 죄책감에 마음껏 울면서 아들을 대신해 밝은 날을 살아야겠다는 내용이다.

셋 다 그 줄거리를 이어나가는 내용이 나무랄 데 없고 할 말을 나타내고 있었다. ‘까마귀’를 쓴 이수현 씨의 또 다른 작품 ‘둥지’는 코로나19의 현 세태를 구구절절하게 표현한 훌륭한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 탄탄한 문장실력이 돋보여 이수현씨의 ‘까마귀’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더욱 정진하기 바라며 선외 작품에도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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