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철 문화재청 전문위원 논문서 재해석
6개 예문 모두 '다리는 왕비 이름·기관명'
기존의 장인 이름 해석은 하나도 안나와
창왕명사리감·무령왕릉 지석도 장인명 없어

공주대 윤용혁·충북대 김영관 교수도
"최식 금석문 자료 토대로 재고증 해야"

무령왕비 은팔찌 명문을 재해석한 6종의 예시. 모든 재판독에서 '다리가 장인의 이름'이라는 해석은 한개도 나오지 않는다.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무령왕비 팔찌 명문 중 '다리(多利)'가 왕비의 이름일 가능성을 보도한 동양일보 기사와 관련해 공주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천년역사의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어 학계를 중심으로 파장은 더 컸다. ▶5일자 4면

기호철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이 2014년 4월 한국고대사연구회 학술발표회에 보고한 '무령왕릉 은팔찌 명문의 재검토' 논문에는 이같은 관심의 이유가 보다 명료하게 드러난다.

11일 동양일보가 확보한 논문에 따르면 기 전문위원은 자신의 새로운 판독을 기초로, 번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자어를 유형별로 나눠 재분석 했다.

그는 명문 ‘庚子年二月多利作大夫人分二百世主耳’(경자년이월다리작대부인분이백세주이) 중 분(分)을 감탄의 의미인 어조사 어(於· '아'로도 읽힘)와 어(兮) 및 영원하다는 의미의 영(永) 3가지로 나눠 추론했다.

30의 의미를 가진 삽(卅)은 세(丗·世와 동일)로 판독, 이백삽(二百卅)을 이백세(世)로 이해했다. 이백세는 불교에서 의미하는 관념적 기간(영원하고 오랜 세월)이다.

기 전문위원은 최종적으로 문맥상 의미 이해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배제한 뒤 △庚子年二月多利作大夫人兮二百世主耳(〃어〃) △庚子年二月多利作大夫人於二百世主耳(〃어〃) △庚子年二月多利作大夫人永二百世主耳(〃영〃) 3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했다.

이들 3개 문장을 번역하면 '경자년 2월에 만들었다, 다리작 대부인이 이백세의 소유주이실 뿐이다'를 중심으로 유사 해석 6가지가 나온다. 명문은 ‘팔찌 소유자인 왕비가 오래도록 이 팔찌의 주인’이라거나 ‘다리는 팔찌를 만드는 기관’이라는 의미로 집약된다.

분명한 특징은 모든 해석에서 '다리'가 장인의 이름으로 번역되는 경우는 1개도 없다는 점이다.

기 전문위원은 “무령왕 은팔찌는 금석문의 발굴과 학술 데이터가 충분히 얻어진 지금 새로운 판독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제사 전공인 김영관 충북대 교수도 "은팔찌의 명문중 다리가 장인의 이름일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데 공감한다. 재검증의 여지가 크다"며 기 전문의원의 견해에 힘을 실었다.

특히 "작자를 새겨 넣는게 당시 금석문 제작의 일반적 트렌드였다면 창왕명사리감(부여박물관국보 제288호), 무령왕릉 지석(공주박물관 국보 제163호) 등에도 동일한 형태가 나타나야 하는데 모두 부존재"라는 근거를 들었다.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지역사 전공)는 “다리가 장인의 이름일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많은 연구결과가 새롭게 등장하고 고증이 이뤄진 만큼 재해석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이 되는 올해 공주시와 문화재청이 이같은 주장과 논란을 과제로 받아들여 재검증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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