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 충북도자치연수원 사이버교육팀장·수필가

김정열 충북도자치연수원 사이버교육팀장·수필가

[동양일보]날씨는 여전히 춥지만 한 해를 여는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을 맞고 있다. 봄의 문턱을 알리는 햇살에서 푸근한 봄기운을 물씬 느낀다.

언제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동료들과 연수원의 둘레길 산책을 나선다. 산자락은 아직도 하얀 눈발을 뒤집어쓰고 있다. 허기진 새 몇 마리가 어지럽게 지저귄다. 그 리듬을 따라 빨리걷기 운동에 절로 신이 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록 일상이 무너지고 삶의 균형이 흐트러졌지만, 새싹이 움트는 경이로움을 입춘 말고 누가 이를 알려줄 것인가.

들녘과 산하를 물들이던 지난 사계절의 긴 여운 대신, 우리는 2020년 한해를 오롯이 코로나 공포에 뼈저린 악몽을 꾼 듯이 보냈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낯선 세상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일상의 멈춤이었다. 아직도 우울하고 불편한 코로나 시대는 현재 진행중이다. 생각하면 ‘자고 나면 코로나, 입만 열면 코로나’ 로 온 세계가 마스크 일색인 고통스럽고 기막힌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맘쯤 우리 연수원도 교육 개강을 앞두고 있어 대면교육과 비대면 교육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도 상황은 별반 다를 바는 없어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됨에 따라 기존의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강타한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혼돈속에 가다 멈춰 서기를 반복하며, 수시로 교육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움도 예견된다.

지금껏 공무원 생활중에 가장 신나던 일은 사무실을 벗어나 교육을 받으러 연수원을 향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코로나로 위중했던 2020년 한 해는 교육생과 교수 모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큰 홍역을 치렀다.

여느 해 같으면 교육생들의 활기찬 발걸음이나 건강한 웃음과 대화로 떠들썩해야 하는 연수원이 지금은 그저 고요할 뿐이다. 하얗게 정원을 뒤덮어 놓은 눈꽃들에서 그나마 적막감을 달랜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19로 인하여 파생된 비대면 재택 수업의 등장 때문이다 교육생들은 비대면 재택 수업을 하면서 요모조모 불편사항이 있을 것이다, 대면수업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수업의 질에 대한 문제와 각종 연수원 시설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입교했더라면 누렸을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동영상 강의, PPT에 음성을 입힌 특별한 형태의 강의 등을 준비하느라 교수들은 애쓰고 있다.

살을 에는 고통과 상처를 남기고, 좌절과 절망을 안겨 주었던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요,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겠다.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성찰하라는 자연의 신호가 아닌가. 더 멀어지기 전에 이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 움직여 주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개개인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생활속 거리두기 등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켜야만 방역대책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겨울 매서운 추위도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지나가듯이 코로나라는 무서운 바이러스도 추위와 함께 사라지고 지난날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험로가 될 수 있지만,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분명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코로나19 파고를 넘어온 경험을 살린다면 우리가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달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한다. 일 년동안 힘든 날을 견뎌온 우리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는 날까지.

오늘도 서둘러 점심을 먹고 연수원 둘레길의 쌉쌀한 바람을 만나러 가야겠다. 그 바람속엔 20여 년 넘게 품어온 연수원의 숨결이 있다. 그리고 서슴없이 자신을 내던진 교육생들의 정신력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그 기개를 느끼고 싶다. 교육생과 교수들이 대면교육으로 자유로이 교감을 나누었던 때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비대면 교육을 추억으로 더듬게 될 그 날만을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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