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

학창 시절 평범했던 친구는 부동산 재테크에 성공한 공무원 남편 덕에 수십억원을 벌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부자의 삶을 누린다.

전셋값이 전국에서 가장 저렴했기에 4~5년전 세종으로 넘어온 또 다른 친구는 아파트 청약 당첨으로 수십억원대 부자가 됐고 명품 가방을 골라가며 들고 다닌다.

친구들은 벼락부자가 돼 한우 소고기를 즐겨 먹지만 집 한 채 없는 나는 돼지고기도 쉽게 사 먹지 못하는 벼락 거지가 됐다. 초라하다. ‘마음만은 부자니까 괜찮다’라는 말은 무능력자의 변명에 불과한 세상이 됐다. 주변의 부동산 성공 소식을 듣고 있자니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정보도, 능력도 없으니 슬프다 못해 화가 난다.

내 친구 남편들처럼 부동산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지는 않더라도 그저 4식구 살 번듯한 집 한 채라도 제대로 관리하면 좋겠지만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척, 있는 척, 멋있는 척만 하는 '3척동자(?)' 남편을 보고 있으면 화병이 나 미칠 지경이다.

드라마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요즘 세종시 분위기다.

세상이 너무 극단적이다. 착실하게 일하면서 모은 재산으로 실제로 거주할 집 한 채 사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 세상.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전국이 다 투기과열지구가 되어가는 현실.

안타깝다. 오죽하면 벼락거지, 벼락부자라는 말이 나왔을까.

집값을 잡겠다고 수십 번의 정책이 나왔지만 부동산 투기는 잡힐 기미가 없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까? 정책과 가까이 있는 실무관계자들만 잘살도록 하는 세상이 아니다. 돈 없고 빽없고 아는 것도 잘 없는 그 누구라도 현금이든 마음이든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먼저인지 집값 올리는 게 먼저인지 헛갈리는 세상에 살고 있더라도 만족 지수를 부동산만 100으로 놓지 말고 건강, 행복, 소통 등으로 쪼개면서 나만의 부자 공식을 만들면 어떨까. 어깨가 너무 무거워진 우리 삶에 쉼표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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