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운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박해운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박해운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동양일보]때아닌 역사전쟁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라는 한반도 내에 시기를 달리하여 존재했던 고대국가 또는 연맹체들이 현재에 되살아 난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가야역사문화권 조사연구 사업을 필두로 해 전남, 전북, 광주에서는 마한역사문화권을, 제주도에서는 탐라역사문화권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6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권 정비법)이 공포돼 올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의 내용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 6개의 우리나라 고대 역사문화권과 그 문화권별 문화유산을 연구‧조사하고 발굴‧복원해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역사문화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0년대부터 정부는 문화권 유적 정비를 위해 백제, 신라, 영산강·다도해, 강화, 고구려·고려, 중원문화권의 7대 권역으로 나눠 유적정비와 더불어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사업의 한계가 명확했고, 문화재뿐 아니라 주변 역사문화 환경까지 보존 관리하기 위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기에, 최근 역사문화권 정비법이 제정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법령에는 이미 설정되어 있었던 중원역사문화권을 제외해 기존의 정부 정책에 반함과 더불어 충북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다. 이는 문화재청에서 설립한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물론, 향후 지어질 국립충주박물관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중원역사문화권은 충북, 강원, 경북 일부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고대 3국, 고구려-백제-신라의 접경지라는 배경을 토대로 형성돼 삼국의 문화가 교섭하고 융합하는 혼합문화의 특성을 보인다.

삼국은 중원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수많은 쟁투 끝에 결국 신라가 중원을 차지하면서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원을 가장 먼저 확보한 나라는 백제로서 4세기에 이 지역의 풍부한 철과 교통로를 장악하면서 중앙집권적 고대국가로서 성장해 전성기를 누렸고, 5세기에는 고구려가 남하하여 국원성을 설치하고 남진기지로 삼았으며, 6세기 중엽에는 한강유역으로 진출한 신라가 국원소경을 설치했다.

이후 8세기 중엽에는 통일신라가 중원경을 설치하며 삼국의 문화를 품은 중원문화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고려는 10세기 중엽에 충주와 청주를 포함하는 중원도라는 하나의 행정구역을 설정하면서 현재의 충북도가 중심이 되는 중원역사문화권이 완성되게 된 것이다.

중원역사문화권은 단순히 삼국의 격전지라는 의미를 넘어선 가치를 담고 있다. 각 나라의 세력이 첨예하게 대치했던 지역이었음에도 중원지역은 그 문화를 서로 융합하여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서로 견제하기보다는 융합하여 각자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새로운 문화가 됐다. 세대 간, 지역 간, 정치적 성향 간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요즘이기에, 중원문화권이 가진 통합과 융합의 가치는 더더욱 두드러진다.

다행히, 도종환 국회의원이 중원역사문화권을 포함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 1월 29일 발의했다.

중원역사문화권은 그 역사적 중요성보다 고대국가의 수도가 위치하지 않았다는 한계로 그동안 다른 역사문화권에 비해 지원과 관심에 있어 소외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역사문화권 정비법에는 다른 법률 및 계획과의 관계에 따라 문화재보호법, 국토기본법, 국가균형 특별법, 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충분히 고려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돼 있다.

이는 충청북도가 중심이 되는 중원역사문화권 신설을 통해 역사문화 분야의 국가균형발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당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거울삼아, 삼국의 변방이 아닌 국가 통일의 중심이었던 중원과 지금의 국가균형발전 중심이 될 중원역사문화권은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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