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일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장

 
장근일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장
장근일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장

 

[동양일보]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수염고래(대왕고래)’. 흰수염고래의 몸길이는 약 33m, 몸무게는 150t 정도, 심장은 소형자동차 크기 정도 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크기가 가늠도 되지 않을 정도다.

흰수염고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기상청에도 흰수염고래의 심장만큼 커다란 심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기상청의 심장 역할을 하는 ‘슈퍼컴퓨터’다.

슈퍼컴퓨터는 약 55평 정도의 홀 2개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그 크기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운용 중인 4세대 슈퍼컴퓨터는 그 이름에 걸맞게 1초에 약 5800조 번의 연산처리가 가능하다.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지상에서 관측하는 자료뿐만이 아니라 해양, 위성 관측자료 등 800만 개의 자료가 기상예보를 위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의 능력이 중요하다. 마치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신체 말단 끝까지 공급하기 위해 쉬지 않고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처럼, 방대한 양의 자료를 쉬지 않고 빠르게 처리해 예보에 도움을 주는 슈퍼컴퓨터의 능력이 절대적인 것이다.

기상청은 이러한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슈퍼컴퓨터를 운영하기 위해 2010년부터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를 세웠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365일 24시간 운영 중이며, 매일 25만 장 이상의 기상·기후 예측정보를 전국의 기상관서와 관계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복잡한 특성으로 인해 더욱 조밀한 관측 간격과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다. 기상청은 최근 4세대 슈퍼컴퓨터보다 8배 이상인 1초에 약 4경9000조번 연산처리가 가능한 5세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6월이면 구축이 완료돼 기상청은 더욱 빠르고 세밀하게 수치예측모델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도입 중인 5세대 슈퍼컴퓨터가 중국 레노버사에서 만들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레노버사는 2015년 미국 IBM사의 X86 사업부를 인수 후 슈퍼컴퓨터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36%를 설치할 정도로 슈퍼컴퓨터로 유명한 기업이다. 최근 독일의 막스프랑크 연구소,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터센터, 호주의 국가슈퍼컴퓨터센터,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뉴육주립대학교 등 세계 여러 국가의 중요 기관에 다수의 슈퍼컴퓨터를 설치한 슈퍼컴퓨터 전문 기업이다. 이러한 우려는 기상청을 사랑하는 국민의 깊은 애정으로 여기고 더욱 잘 대응해 나갈 것이다.

인구가 특정 지역에 밀집하는 도시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시티 건설을 정부의 주요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기상청은 강력한 계산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날씨에 따른 옷차림, 여가생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에서부터 도심 건물 사이 바람길 예측, 도시열섬 현상 해소,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발전에 필요한 자원지도 작성 등 스마트 시티 건설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는 5세대 슈퍼컴퓨터 도입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지원하고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기상자료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위험기상이 빈번해지면서 기상예보는 더욱 난해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어려워지는 기상예보를 위해 더욱 튼튼하고 빠른 심장으로의 교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앞으로 5세대 슈퍼컴퓨터가 예보는 물론, 스마트 시티, 글로벌 기상자료의 허브 등 다양한 곳에서 힘차게 뛰기 위해서는 우려보다는 관심이 필요하다. 슈퍼컴퓨터의 활약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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