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애 기자, 첫 장편소설 출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김정애(57·사진) 충청매일 기자가 소설가로 변신, 첫 장편소설 <부용꽃붉은시절>을 출간했다.

<부용꽃붉은시절>은 조선 중기 천재시인 허난설헌(초희)과 허씨 일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김 작가는 “2000년 단편소설 ‘개미죽이기’로 허난설헌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창작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작가의 허초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아버지 허엽과 오라버니 봉, 동생 균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균과 초희의 스승인 손곡 이달이 마음을 끌었다. 손곡은 당대 조선 최고의 시인으로 알려졌으나, 서얼출신이라는 이유로 자리에 쓰이지 않아 역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손곡은 허봉과 교우관계를 맺은 후 허엽의 집에 들나들면서 초희와 균의 스승이 된다.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유교보다는 자연과 가난한 백성의 삶에 관심이 많아 도교에 심취했던 인물이다. 난설헌이 백성을 연민하는 시를 짓고, 균이 평등사회를 꿈꾸며 훗날 혁명을 도모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허봉과 초희, 균은 ‘이상국(理想國) 건설’이라는 같은 꿈을 꾸었다. 그들의 이상국은 양천(良賤)과 같은 엄격한 신분제도와 남녀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공정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의미한다. 유교를 근본이념으로 세운 조선에서 이들 가족의 생각은 이단(異端)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권력과 신분이 보장된 권문세족(權門勢族) 임에도 남존여비, 신분세습 등과 같이 기존의 제도와 규범에 반기를 들며, 차별받는 계층에 대해 고민하고 아파했다. 온 몸을 던져 이상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다. 손곡 이달의 영향이 컸다 할 수 있으나 그들 자체가 마음의 문을 열어 놓지 않았다면, 손곡의 가르침은 무의미했을 것이다.

김 작가는 “허씨 일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들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며 “2008년 겨울 딸과 함께 인도로 배낭여행을 했는데, 배낭에 뭔가 특별한 것을 담아가야 할 것 같아 손곡과 허씨 일가를 이해하기 위해 장만했던 책 몇 권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지인 인도 카페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16세기 조선을 기웃거렸다고 했다. 가야할 다음의 길 보다 초희와 손곡, 봉과 균의 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고. 그는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만큼 그들의 삶에 매료됐다”며 “마치 16세기 조선에서 그들과 함께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고 웃어보였다.

정종진 문학평론가(청주대 명예교수)는 “시대적 배경이나 당대의 제도, 인간들의 누추한 관습까지도 군더더기로 남겨두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다”며 “역사를 끌어들여 주인공들과 작가의 사상을 펼쳐보인 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큰 깨침을 주는 생물이 된 것”이라고 평했다.

 

청주가 고향인 그는 충북여고, 청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양일보, 충청매일 등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생리통을 앓고 있는 여자> <손에 관한 기억>, 미술산문집 <세상은 놀라운 미술선생님> <우리 옛 그림의 마음>, 생태환경 다큐에세이 <미호천> 등을 출간했다. 미호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이야기 한 장편동화 <안녕, 나야 미호종개>는 ‘2020 책읽는 청주’ 대표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장편소설 <부용꽃붉은시절>은 퓨전국악팀 파인트리 음악과 함께 작가가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을 유튜브채널(https://youtube.com/watch?v=9q4qPcA3MUA&feature=share)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범우사. 389쪽. 1만5000원.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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