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섭 진천군수

송기섭 진천군수

[동양일보]오는 6월로 예고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확정 발표에 앞서 지방정부 간 철도 유치 경쟁이 뜨겁다.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지역 또는 주민 즉, 국민들간 마음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현재 전국 지방정부에서 경제 활성화, 수도권 접근성 강화 등 저마다의 논리를 앞세운 170여개의 철도 노선이 국토교통부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진천군에서 처음 제안해 충북도, 경기도, 청주시, 화성시, 안성시 6개 지방정부가 함께 뜻을 모아 공동으로 추진 중인 ‘수도권내륙선’도 국토부 검토가 한창 진행 중이다.

초지역적 협력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내륙선이 현실화될 경우 청주국제공항에서 진천, 안성을 거쳐 동탄에 이르는 78.8km 구간은 34분 만에 주파가 가능해진다. 수도권과 충북도를 비롯한 충청권간 접근성이 눈에 띄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 노선은 충북도를 포함한 중부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수도권 일극 중심의 인구·경제 체제를 지방으로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최적의 ‘신의 한 수’로 정치, 학계, 지역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7만5000명의 서명부에 담겨 국토부에 제출된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거시적 목표는 혁신적 포용성장,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이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철도인프라가 아닐까 고민해 본다.

국토부에서 2030년까지 대도시권 철도망을 2배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필요성과 효과성이 큰 철도 노선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현재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2~3차 계획에서 추진하지 못한 사업과 현 정부에서 발표한 예타 면제 사업까지 반영하다보니 신규 노선이 비집고 들어가기엔 그 틈이 너무나 좁기만 해 보인다.

아주 작은 가능성을 두고 지방정부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앞서 언급한 지역간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인지 모를 일이다.

사실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많은 노선이 반영돼도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전 예비타당성 조사, 종합평가(AHP)라는 노선별 가치 검증 단계를 또 거치게 된다.

따라서 계획단계에서 반영된 총 사업비 전체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게 그간의 전례다.

계획 단계부터 총 사업비에 인색해 지역 발전의 염원과 희망을 꺾을 필요가 있겠냐는 얘기다.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한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기 보다 총 사업비를 당초 100조원에서 120조원 이상으로 증액해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어떨까 정부에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독일의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명언이다. 정치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경제 제도가 국가의 빈부를 좌우하는데 경제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 제도’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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