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SK하이닉스 핸드볼클럽 행복모아팀 코치

김미화 행복모아팀 코치가 청주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핸드볼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미화 행복모아팀 코치가 청주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핸드볼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발달장애인 핸드볼팀 지도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선수 시절, 골을 넣는 순간은 제 인생의 가장 빛나던 시간들이었죠.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요즘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매일 깨달으며 살고 있어요”

김미화(51·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SK하이닉스 핸드볼클럽 행복모아팀 코치. 그는 장애인 선수들로 구성된 핸드볼클럽을 이끌며 선수시절의 영광보다 더 값진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국가대표 선발 직전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전 핸드볼 선수 김 코치는 요즘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행복모아팀을 지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4월 장애인표준사업장인 행복모아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핸드볼클럽 행복모아팀을 창단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1년 동안 운영이 중단됐다 올해 3월 재개하면서 김 코치와 선수들은 본격 훈련에 돌입했다.

김 코치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국가대표팀에 발탁, 2년 동안 태릉선수촌 생활을 했다. 그러나 무릎 부상 때문에 최종 엔트리에서 안타깝게 탈락하며 올림픽 무대에는 서지 못했지만 당시 왼손잡이 라이트백으로 이름을 날렸다.

오랜 시간 핸드볼과 무관하게 살았던 그는 행복모아팀이 창단하면서 다시 공을 손에 쥐었다.

김 코치는 “은퇴 후 주부로 평범하게 살다 청주에 남자핸드볼팀 SK호크스가 창단하면서 다시 핸드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함께 운동을 했던 동료이자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모델이기도 한 임오경 국회의원의 추천으로 행복모아팀을 만났다”고 말했다.

SK호크스의 전용구장이기도 한 청주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핸드볼 경기장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가 되면 아마추어 장애인 선수 14명의 구호와 함성소리로 후끈 달아오른다.

행복모아에서 방진복 세탁 등의 알을 하는 이들은 오전 근무가 끝나고 1주일에 2번 김 코치에게 핸드볼을 배운다. 선수들은 이 곳에서 핸드볼만 훈련하는 것이 아니다. 핸드볼이라는 단체 스포츠를 통해 서로 교감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회성을 높여간다.

엄마처럼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김 코치 덕분에 선수들은 핸드볼을 배우며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붙었다. 핸드볼이라는 관심 대상이 생긴 이들은 함께 응원도 다니며 궁금한 것도 많아졌다.

김 코치는 “핸드볼은 모든 운동의 기본기가 다 들어가 있는 종합스포츠”라며 “하나하나 몸으로 직접 가르쳐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꾀부릴 줄 모르고 가르쳐주면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보였다.

경기도 안양이 고향인 그는 안양초 4학년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했다. 왼손잡이라는 큰 장점과 탁월한 실력으로 수원 수일여중, 신갈고 핸드볼부에서 국가대표를 꿈꾸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1990년 종근당 핸드볼팀에 입단, 같은해 7월 중국에서 열린 1회 아시아주니어 선수권대회 1위, 1991년 8월 프랑스에서 열린 6회 세계 여자 주니어 핸드볼 선수권 대회 2위를 견인했던 주역이다

그는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의 전성기였던 시절, 국가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안타깝게도 최종 선발에 탈락하면서 인생의 큰 위기를 겪었다. 함께 운동했던 동료와 선·후배들이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하던 때 그는 은퇴를 고민해야 했다.

이후 종근당 핸드볼팀의 권유로 선수들의 매니저로 활동하며 경기에도 출전했지만 전성기 때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1996년 결혼과 함께 은퇴한 그는 청주로 이사해 남편 이찬기(58·회사원) 씨와 외동딸을 낳고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역전골을 넣을 때 머리가 쭈뼛 서는 것만 같은 짜릿한 그 희열을 다시는 맛보지 못하겠지만 지금 지도하는 아이들을 통해 핸드볼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여러 팀과 친선경기도 하면서 좋은 선수들로 성장시켜 먼 미래에는 장애인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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