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미 청주시 농업정책과 주무관

 
이윤미  청주시 농업정책과 주무관
이윤미 청주시 농업정책과 주무관

 

[동양일보]지난 2016년 12월 북이면 AI 거점소독소에서 야간근무반으로 근무하던 날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한 청년을 만나게 됐다. 첫인상에서부터 성실함이 느껴지고 선한 말투에 예의 바른 청년은 대학교 휴학 중 아르바이트로 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같이 컨테이너 소독소에서 자정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짬짬이 이야기도 나누며 8시간을 보냈다. 이 청년은 학업과 일과 봉사 활동을 하며 시를 쓰는, ‘가능하면 1일 1시’의 임재건 작가이다.

작가와 나는 인생의 가장 슬픈 일을 겪은 공통점이 있기에 더욱더 애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멋지고 훌륭하게 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데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날 근무를 마칠 시간이 되자 작가는 조금 느린 어투로 “저, 선생님. 제가 매일 시를 쓰고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괜찮으시면 선생님께도 보내드려도 될까요?”라며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당연히 난 “정말 감사하죠!”하며 전화번호를 얼른 알려줬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4년 넘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전 9시, 오후 6시가 되면 휴대폰으로 알림음과 함께 작가의 시 한 편이 날아온다. 한번 읽으면 여운이 길게 남는 시 한 편과 인사말 한 구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하는 비타민이다.

3년 전쯤 따뜻한 밥 한 번 사주고 싶어 연락을 했더니 마침 새로운 공저 시집이 나왔다며 내게 전해주고 싶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점심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의 안부를 나눴다.

변함없이 매일 시를 쓰고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작심삼일, 아니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 분명하다. 20년이나 차이 나는 나이임에도 어쩜 그렇게 어른스럽고 사람의 됨됨이가 올바른지 놀라울 뿐이다.

요즘 들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작가님께 요즘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 시를 읽고 난 후 약간의 죄책감마저 드니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365일 매일 시를 선물 받으면서 답례 인사 한번 못하고 있어 며칠을 고민한 끝에 용기 내어 못 쓰는 글이나마 독자로서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작가님!, 잘 지내시죠? 우리 식사 한번 해요.” 이렇게 전화 한번 해야겠다. 대학교 졸업도 하셨을 작가님은 지금 어떤 일을 더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청주를 빛낼 멋진 작가로 도약하고 있으리라,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오전 9시, 오후 6시는 희망의 시간이다. 짧지만 여운 있는 희망을 가득 담은 시 한 편을 읽는 동안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난다. 임재건 작가님의 시 한 편 함께 소개한다.



- 봄날 월요일 -



나비는

꽃에서 꽃으로

화분(花粉)을 옮기느라 바쁘고

사람은

사람에게

저마다 본 꽃 옮기느라

바쁜



봄날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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