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식 충북도 기획팀장

강창식 충북도 기획팀장

[동양일보]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세 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발견 당시 경찰당국은 숨진 여아의 친모인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구속했다.

친모 김씨가 태어난 지 세 살 밖에 안 된 아이를 수 개월간 빈집에 버려둬 혼자 쓸쓸하게 굶어 죽게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하지만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는 김씨가 아닌 외할머니인 석씨로 밝혀졌다. DNA 검사 결과 숨진 여아와 외할머니 석씨의 유전자가 99.999% 일치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외할머니 석씨는 ‘자기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며, 숨진 아이와 상관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당한 채로 죽임당한 아이들의 사건은 이뿐이 아니다. 여수에서는 두 살배기 아기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인천에서는 출생신고도 없이 친모에 살해된 여덟 살 딸아이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아이들의 출생신고조차 안 되었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신고 28만6503건 가운데 출생신고 미이행 건이 자그마치 3912건에 이른다. 도대체 친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이처럼 가혹한 짓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솔로몬’은 성서에서 가장 현명한 왕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러한 솔로몬의 재판 중에 그의 총명함을 뚜렷이 드러낸 아이와 관련된 유명한 재판이 있다. 두 여자가 살아 있는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제 아이라고 하면서 솔로몬의 판결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고심 끝에 솔로몬 왕은 칼을 가져오라고 했다. 살아 있는 아이가 서로 자기 아이라 주장하니 칼로 아이를 똑같이 반으로 잘라 두 여자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려고 했다. 이어 솔로몬이 칼을 높이 들자 친모는 도저히 그럴 수 없노라 하며 차라리 그 아이를 상대편 여자에게 주라고 했다. 하지만 상대편 여자는 아이를 반으로 잘라 똑같이 나누어 네 것도 되게 말고 내 것도 되게 말자고 대들었다. 그러자 곧바로 솔로몬은 살아 있는 아이를 친모인 이쪽 여자에게 내줬다.

이 재판의 교훈은 솔로몬이 지혜가 출중하여 아이의 친어머니를 찾아준 사실이 아니다. 핵심은 친모를 찾느냐 못 찾느냐는 차치하고 아이입장에서 참어머니가 될 사람이 누구냐를 가려준 것이었다. 어떤 여자가 아이를 어엿이 잘 키워낼 수 있는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친모라 해 아이를 잘 키운다는 보장이 없고, 계모라 해 아이에게 모질게 대할 거라는 편견을 깬 판결이었다. 과연 아이를 향한 애끓는 사랑과 심장이 어느 여자에 있느냐를 명쾌하게 가려주었기 때문에 솔로몬의 지혜를 감탄케 하는 명재판으로 알려졌다.

수천 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친모라고 자기 아이를 잘 키워내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계모라고 해서 마냥 아이에게 매정하고 박하게 대할 것이라는 생각도 편견이다. 계모도 얼마든지 아이를 훌륭히 키울 수 있고 사례들도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친부모 아래 있는 아기라도 위험하고 비참한 처지에 놓였다면 이를 구출하는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원치 않은 출산으로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미혼모와 아이의 보호대책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부인과 병원 등에서 아이가 출생하면 해당 지자체에 알려주는 출생통보제 시행을 서둘러야 하고, 출산율을 지속 높여 나가되 양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구출해내는 사회시스템 구축의 절실함도 새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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