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희 충북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학박사

 

이규희 충북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학박사
이규희 충북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학박사

 

[동양일보]최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치유농업 관련 법령이 시행된다는 소식이다.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도 다양한 치유농업의 효과와 모델, 치유농업의 품질관리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데, 드디어 우리나라도 치유농업 선진국 대열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그간 우리는 빠른 경제성장 성과는 높았으나 그 이면에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성인 4명 중 1명이 정신질환 경험, 청소년 만족도 꼴찌 등 암울한 감투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몸 그뿐만 아니라 마음을 위협하고 있다.

아직 정확하게 수치로 잡히진 않지만 많은 이들이 만남과 소통 대신 찾아온 고립,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가슴 깊은 곳에 내재한 우울한 증상이 누구나 겪는 일상의 한 부분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젠 몸과 마음에 치유가 필요하다.

불안한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우리도 모르게 자연스레 기억 속에서 멀어졌지만, 우리 구성원 중 열에 아홉은 농민의 딸, 아들이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며 농업이 주는 치유와 위로의 힘에 주목해봐야 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실버주말농장에서 채소씨뿌리기, 토마토 심기, 꽃밭 가꾸기 등의 농업 활동으로 다양한 신체 부위를 이용해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생명력을 지닌 녹색(green) 식물을 보며 우울감이 6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에서 청소년의 텃밭 활동으로 가해 학생의 폭력성을 4.3% 줄이고, 피해 학생의 우울감을 5.3% 낮추는 등 학교폭력 완화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아픔이 농업 활동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 내가 가꾸는 것이라는 주체적인 소유의식을 갖게 되며, 아끼고 돌보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자존감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로써 정신적인 안정감이 높아져 개인별 장애와 아픔에 대한 대처 능력이 서서히 강화되는 효과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치유농업’인 것이다.

1990년대 말 치유농업이 싹튼 네덜란드에서는 사회복지의 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치유농장이 단지 환자만의 공간이 아닌 어린이·청소년·고령층 누구나 치유하는 공간이 되고, 자칫 개인의 몫이 될 수 있는 간병·요양·돌봄의 부담을 지자체가 나서 치유농장을 지원함으로써 그물망처럼 촘촘히 활성화되고 있다.

사실 치유농장에서 얻어지는 농작물로 인한 경제적 수입은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치유농장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득이 곧 사회적 이득은 아니다.’라는 논리에서 시작해 성공한 정책으로 사료된다.

현재 우리 농촌이 처한 고령화나 지방소멸, 문화적 혜택 부족 등 각종 문제를 치유농업을 계기로 기회 삼아 이러한 모든 문제의 해결 대안을 찾아내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

이러한 이유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21. 3. 25일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우리 충북도가 유기농업을 넘어서 치유농업까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발 앞장서 나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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