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음성본당을 사목 방문한 정진석 주교가 본당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다.(사진제공=천주교 청주교구)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한국 천주교회의 큰 별,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이 27일 밤 선종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2월 몸에 심한 통증을 느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다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1931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 추기경은 1961년 사제품을, 1970년 주교품을 받고 청주교구장에 취임했다. 만 39세였던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의 첫 한국인 주교이자 최연소 주교였다. 당시 청주교구는 미국 메리놀회 신부들이 교구장을 맡아왔다.

정 추기경은 1998년 김수환 추기경 후임으로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돼 서울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28년 동안 ‘청주 사람’으로 살았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청주성모병원이 설립되는데 일조했고 ‘음성 꽃동네’ 설립을 지원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책임졌다. 또 양업고 설립에도 적극 협조해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1983년 정 추기경(당시 청주교구장)에게 사제서품을 받은 윤병훈(전 양업고 교장) 신부는 “늘 웃으시던 추기경님은 넉넉하고 인자하신 아버지 같았다”며 “누구에게나 모나지 않게 대해 주시고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서울로 떠나신 후에도 항상 양업고가 발전되길 기도해 주셨고 양업고 출신 신학생들이 생겨났다는 소식에 무척 기뻐해주셨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로마 우르바노대학에서 교회법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고 60권 가까운 저서와 번역서를 펴냈다.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됐던 정 추기경은 2012년 서울대교구장 직을 염수정 대주교(현 추기경)에게 물려주고 은퇴했다. 이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주교관에 머물렀다.

그는 삶의 마지막까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희생을 실천했다. 정 추기경은 2006년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안구기증을 서약했고 생전 의사에 따라 선종 후 안구적출이 이뤄졌다.

시신은 앰뷸런스를 통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으로 옮겨졌다. 입관예식은 30일, 장례미사는 다음 달 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다. 충북에서는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추모 미사는 다음 달 1일 오전 10시 청주 내덕동주교좌성당과 충주 교현동 성당 두 곳에서 열린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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