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유 180m, 승호 200m 장타…승유‧승호 “로리 매킬로이‧임성재 같은 프로 되고 싶다” 여동생 지은이도 오빠들 따라 골프 입문

좌측부터 승유 승호 지은 오혜주 프로
좌측부터 승유 승호 지은 오혜주 프로

[동양일보 최재기 기자]“골프 레슨을 공유하며 서로 봐주고 격려도 하면서 경쟁을 하니 실력이 쑥쑥 늘어납니다.”

일란성 쌍둥이 골퍼 엄승유‧승호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프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 쌍둥이는 천안불무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골프 꿈나무이다.

2년 전 골프를 시작한 골프 새내기이지만, 골프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녔다.

쌍둥이는 최근 충청남도 초등 남자부 대표로 나란히 선발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말 열린 충청남도골프협회장배 골프대회 및 21년도 충남도대표선발대회에 출전해 동생인 승호는 1위, 형인 형 승유는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승호는 1‧2라운드 합계 168타, 승유는 175타를 기록했다.

이번 입상으로 쌍둥이 형제는 어린 나이에 충남도 초등 남자부 대표로 선발됐다. 함께 출전한 한 살 아래 여동생 지은(불무초교 3학년)양은 아쉽게도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승호는 박카스배 전국시도대항 및 전국소년체육대회 충남 대표로 출전한다. 승유는 예비선수로 합류할 예정이다.

쌍둥이 형제는 아버지를 따라 스크린골프장에 갔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아버지 엄명훈(47)씨는 “‘태권도를 배우겠’다고 하던 쌍둥이가 스크린골프장에 따라와서는 갑자기 ‘골프를 하겠다’고 졸라댔다”고 했다.

1분 차 출생 시간처럼 골프 실력도 엎치락뒤치락하며 급성장했다.

승호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승유는 2019년 10월 당시 만 9세로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제네시스 주니어 스킬스 챌린지에 출전해 퍼팅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최경주선수로부터 상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골프에 푹 빠진 쌍둥이를 보고 여동생 지은이도 곧바로 채를 잡았다.

지은이는 보기(90타)플레이로 오빠들 못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다.

쌍둥이 남매의 골프를 지도하고 있는 오혜주(30)프로는 “아이들이 골프를 너무 좋아하는 데다 소질까지 있다”면서 “어린나이에도 꾀부리지 않고 목표(프로대회 우승)를 이루려고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칭찬했다.

형보다 덩치가 큰 승호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200m에 육박하는 장타를 날린다. 승유도 180m의 비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승호는 “골프가 너무 재미있다. 종종 필드에서 공치는 꿈을 꾼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부모님들에게 보답해드리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는 승유가 맏형답게 연습장을 갈 때마다 동생들을 챙기고 독려한다고 했다.

이들 남매는 평일에는 방과 후 연습장을 찾지만, 주말에는 6시부터 공을 친다고 한다.

이럴 때는 승유가 “연습하러 가자. 좋은 성적 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자”면서 동생들의 단잠을 깨우곤 한다고 했다.

쌍둥이 부모는 “운동선수 대부분이 학업을 뒤로하고 어려서부터 운동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많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수업은 물론 바른 인성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강 한국 골프의 힘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나오는 쌍둥이 같은 유망주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주니어 선수들은 훈련이나 대회 장소를 찾기가 힘들다. 경제적인 이유로 골프를 접는 유망주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다시 금메달을 휩쓸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골프 꿈나무들을 발굴, 후원하는 스폰서가 많아야 가능하다.

아버지는 “그린피도 비싸고 부킹도 어렵지만, 아이들이 원하니까 힘닿는 데까지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승유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프로), 승호는 임성재(천안출신 프로), 지은이는 김세영(대한민국 여자 프로) 같은 프로골퍼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승유‧승호 쌍둥이 형제가 대한민국 골프 역사를 새롭게 쓰는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천안 최재기 기자newsart70@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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