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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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일본의 상당수 역사학자는 과거 한반도의 철도를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기술과 자본이 건설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과 북조선의 철도 건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1945년부터 1970년 전후까지 새로운 철도 건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근대화는 일본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것이 철도를 둘러싼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적 근대화론의 핵심이론이다. 철도는 무엇인가?

산업혁명의 가장 상징적인 것이 바로 철도다. 처음 철도가 건설된 곳은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영국이다. 기술자 스티븐슨이 1829년 영국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주파한 증기기관차의 시속 46km는 놀라운 속도였다. 이 증기기관차 운행은 세계의 역사를 바꾼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1차, 2차, 3차를 지나 이제 4차 산업혁명에 이르러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을 설립한 슈밥(K. Schwab)의 예언처럼 4차 산업혁명은 국가 간 불평등, 지역 간 불균형, 사람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놀라운 성장의 기록을 남겼지만 동시에 심각한 불평등의 기록도 남기고 있다.

충북인들은 2019년 12월 수립된 국토종합계획에서 밝힌 ‘어디서나 살기 좋은 균형국토’의 슬로건을 믿고 기대했다. 그러나, 2021년 4월 22일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에는 충북인이 원했던 세종-오송-청주공항 노선의 청주도심 연결은 제외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연구안은 사실은 국토부 안이다. 이에 대한 국토부의 설명은 제외된 것이 아니고 기존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충북인이 희망하는 균형발전의 철도 노선은 빠지고 제외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가 균형발전과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을 목표로 한 이번 국가철도망 사업은 또 다른 불균형을 예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수도권 중심의 근원적 모순에 더해 광역시 중심의 모순을 가미하는 정책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서울, 경기 중심의 수도권이 인구, 경제, 산업, 교통,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나머지 지역을 수탈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 대구, 광주, 인천, 울산, 대전의 광역시 중심이 또 다른 블랙홀로 기획되고 있다. 그 외에 제주도와 세종시는 특별자치지역이다. 약 75%의 대한민국 국민이 사는 이른바 ‘특별’ 지역들은 모두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 결과 나머지 25%의 대한민국 국민이 사는 곳은 특별하지 않은 반식민 지역으로 분류된다. 생각해보자. 75%의 다수가 특별한 지역이라고 주장한다면 25%의 소수는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인구가 많은 특별한 곳에 정책과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25%의 지역과 국민을 희생시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충북인들은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부의 설명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재정과 정책을 효율성원칙 안에서 실행해야 하는 현실도 인정한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을 의미 있는 요인으로 우선한다면 국가철도의 청주도심 연결은 실현돼야 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충북인은 이번 광역철도 초안을 보고, 혁명적 분노감을 느끼고 있다. 차라리 충청북도 독립국가를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과거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기 위해 식민지의 철도, 항만, 우편, 교육을 새롭게 설계한 것과 현재 25%의 국민을 희생하는 정책은 근본적으로 같다. 국민국가(Nation State) 대한민국이 제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지금, 수도권과 광역중심으로 국가를 재편하려 한다는 것은 다수의 국민이 소수의 국민을 식민지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25%가 내부식민지(Internal Colony)로 전락해 신음하는 것이 들리지 않는가? 그러므로 국가균형발전의 절대 원칙을 무시하는 이번 광역철도 초안은 반드시 수정, 보완돼야 한다. 충북인은 간절히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도심 연결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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