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동양일보]‘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장마에 쉽게 무너지는 흙담처럼 쉽게 무너지고 내려앉는 형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 속담이 여름철 장마의 위험성을 위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라는 경고성으로 들리는 것은 직업적인 특성 때문일까. 아무쪼록 여름철 잦은 집중호우와 위험기상으로부터 우리가 안전하려면 우리가 서 있는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토담처럼 쉽게 무너져서는 안 될 것이다.

기상청은 위험기상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여름을 보내야 했기에 2021년 여름을 맞이하는 우리의 다짐은 어느 때보다 비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상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입하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8일 앞당겨지면서 여름도 20일이나 길어졌다. 또한, 강수가 7월과 8월에 집중되면서 강수일수는 줄고 강수량은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된 기후 때문에 기상재해가 빈번해지고 있어 여름철 방재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이런 2020년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교훈 삼아 ‘소통’ ‘신속’‘상세화’‘국민 체감’의 4가지에 중점을 두고 보다 나은 2021년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소통은 관계 기관과 국민을 중심으로 여름철 위험기상을 대비하고 있다. 집중호우 발생 시 관계 기관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발 빠른 대응 중요성을 깨닫고 여름철 홍수기 수재해 최소화를 위하여 환경부 홍수통제소, 한국수자원공사와 물관리를 위한 소통과 협업을 강화한다. 지난 1월에는 관련 기관 국장급 정책협의회를 통해 협업담당관으로 구성한 실무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측자료 공동활용체계를 마련하여 1분 단위의 강수관측자료 수집 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신속한 홍수 대응을 위한 합동 근무를 시행하고, 홍수 대응 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상전문 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올 여름철 방재기간 대비를 위해 여름철 방재업무 진단·점검 TFT를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난 여름철 주요 이슈 사례를 점검하여 예보 불확실성에 대한 소통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예보분석 기법을 개선하였다. 예보 변동성과 실제 위험 정도를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로 작성하여 방재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소통체계를 확립하였다.

위험기상의 신속한 대처를 위한 근본적인 관측의 강화를 위해 ‘제2해양기상기지’와 ‘자동고층기상관측장비’, 대형기상부이 2대를 설치한다. 서해상에서 우리나라로 다가오는 위험기상을 보다 선제적으로 관측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서해 덕적도에 제2해양기상기지를 구축하고, 지상으로부터 약 35㎞ 지점까지 관측 가능한 자동고층기상관측장비를 도입한다. 남해, 동해 먼바다에도 대형기상부이 2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상세화 부분에서는 ‘태풍’과 ‘단기예보’가 크게 개선되었다. 태풍 예보를 더욱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태풍으로 발달하기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fTD) 정보에 강풍반경, 강도를 함께 제공한다. 태풍 접근 시에는 기존 3시간마다 제공되던 태풍 정보를 1시간마다 제공하며 호우, 강풍, 풍랑 등 위험요소별 위험 수준과 영향 시점을 관계 기관에 제공하여 방재대응 지원을 강화한다. 태풍이 소멸한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영향이 예상되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 추적하여 상세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위험기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정규서비스를 목표로 4월 27일부터 단기예보 상세화 시범 운영을 시작하였다. 단기예보 시간을 기존 3시간 단위에서 1시간 단위로 세분화하였고, 제공 기간을 글피까지(79시간 예보)로 변화를 주었다.

국민이 체감하는 폭염특보 운영을 위하여 기온과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 기반의 폭염특보를 시범 운영한다. 2020년 폭염으로 온열질환을 얻은 환자가 1079명이고, 이 중 9명이 사망했다. 2019년과 비교하여 온열질환자가 41% 감소했고, 사망자는 18%(2019년, 11명) 줄었지만, 올해 5~7월의 3개월 예보(4월 23일 발표)에 의하면 기온이 평년보다 높다고 하니,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방재 업무의 실효적 지원을 위해 취약계층 관리자를 대상으로 지역 환경을 고려한 분야별·위험 수준별 맞춤형 영향정보인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폭염 영향예보의 전달방안을 기존 문자서비스를 포함해 자막방송 및 음성시스템과 같이 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2020년 혹독했던 여름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면서 2021년 여름은 철저히 대비하여 위험기상을 더 빠르게 탐지하고 적시에 알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이다. 올 여름철 기상청이 다져놓은 튼튼한 기반 위에서 여름철 위험기상을 대비하여 국민 모두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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