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순혁 옥천군보건소장

 

‘최장수 임기’ 6년 2개월… 재직기간 사고 ‘0건’
부임 후 진료소·지소 등 방문해 주민들과 직접 소통
기관 표창만 70개… 올해 코로나 대응 유공 인정도
맞춤형 치매안심센터 운영 ‘주목’… 벤치마킹 줄이어
“공공의료기관 절실… 지역에 도움 된다면 언제든 동참”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
“37년 3개월간 내 집처럼 여겨온 보건소를 떠나려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전 아직도 초임발령 순간을 잊지 못하거든요.”

6년 2개월,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운 임순혁(59·사진) 옥천군보건소장이 오는 25일 공직을 떠난다. 남다른 근무기간이지만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니다.

소장 재직동안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기관표창이 무려 70개다. 수상내역은 대상 2개, 최우수상 15개, 우수상 45개, 장려상 5개, 유공표창이 2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19 대응 유공기관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전국에서 하루 수백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도 옥천을 안전지대로 만든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도내 지자체별로 나눴을 때 옥천지역 확진자 발생률은 3번째로 낮다. 안전수칙 강화와 능동적인 예방대응이 빛을 낸 것이다. 이런 성과로 순수한 표창 수상금만 5845만원, 기관 협력 사업은 제외한 금액이다.

본청을 제외한 사업소에선 가장 많은 포상을 받았고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 때문에 공직에선 ‘똑순이’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근무 열정이 높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진행시 정확한 판단을 지시해 정부부처의 선정요건을 쉽게 충족시키고 직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업무지원까지 모두 ‘원스톱’으로 진행했다.

보건소 조직 관리도 본청 산하 사업소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는 게 중론이다.

보건소는 본청을 제외한 직원이 가장 많다. 정규직 공무원이 81명, 공모직 14명, 공중보건의사 17명, 기간제 근로자 9명 등 121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 치매안심센터 등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130명이 넘는다.

재직동안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역량을 뒷받침한다.

정부의 보건정책과 복지정책이 크게 늘면서 보건소의 업무는 두 배가 되었다. 늘어난 업무만큼 관리하는 진료소와 지소도 함께 늘어나 모두 24곳이다.

임 소장은 부임 시작부터 매일 진료소나 지소 한 곳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면단위 보건사업까지 챙기곤 했다.

임 소장은 직접 9개 읍·면의 주민들을 만나 보건사업을 홍보하면서 지소는 사랑방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작은 병 치료는 지소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시골 어르신들에게 임 소장은 ‘맏며느리’로 통한다.

임 소장은 지역에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한다.

군 단위 최초로 보건복지부와 설립을 논의했지만 인구수 미달 등으로 충족조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옥천지역은 의료환경이 다소 열악한 것을 부인못한다.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어 복합적인 의료시설이 필요하다”며 “의료는 주민들의 복지와 가장 밀접하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늘면서 치매가 중점관리 대상으로 부각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치매관련 예방사업을 시작했다.

옥천군도 치매 노인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예방사업은 타 시군과 차별화 했다. 뒤에는 임 소장이 있다. 정부권장 사업도 진행하지만 지역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치매안심센터 맞춤형 사업은 여러 개가 있지만 이 중 치유농장 운영을 뽑고 싶다. 꽃차 만들기, 반려식물 키우기, 옥수수 따기, 모내기, 미꾸라지 잡기 등을 통해 치매를 유발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옥천치매안심센터는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릴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임 소장은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보건복지부장관상, 2016년 충북도지사 표창장을 받았다.

임 소장은 “보건의료 발전이란 것을 목표로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벌써 퇴직을 목전에 두고 있다. 후회도 아쉬운 것도 많은 공직생활이었지만 옥천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25일로 공직을 떠나지만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족으로는 남편 박노원(60) 씨와 2남을 두고 있다. 옥천 박승룡 기자 bbhh010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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