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안의 시각으로 바라본 물아일체의 기치관 녹아들어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50여 년간 금강과 새를 그려온 작가가 있다. 기산 정명희 화백(77·사진·대전))이다. 정 화백은 10년 전인 2011년 8월 26일 작품 1396점을 대전광역시교육청에 선뜻 기증했다. 학생들에게 꿈을 실어주고 싶었고, 작품을 통해 학생들의 예술 교육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였다.

향후 10년, 50년, 100년 동안 작품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대전광역시 교육청에서는 대전평생학습관(대전여중 옆) 3층에 정명희 미술관을 개관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광역시·도 교육청 유일한 미술관이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정명희 미술관에서는 6월28일부터 12월 말까지 “대전을 걷다 삼천에 들다”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정 화백의 신·구작 24점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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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금강뿐 아니라 주변 환경을 관조의 세계로 바라보며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빛과 소리의 2중주 매력을 뿜어내는 그의 그림 세계는 화가의 ‘자유 여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편경’에서 힌트를 얻어 표현한 ‘대륙을 흐르는 강물소리’는 강렬하다. 깊이 울려 퍼지는 내면의 소리를 담고 있다.

작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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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깨끗한 강에서만 서식한다. 정 화백이 새에 천착하는 이유는 강이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은 자연이고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새들이 나는 과정을 바라보며 꿈을 향해 비상하는 작업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정 화백의 화폭 안에 새는 결국 꿈과 이상이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는 금강의 작가라 불릴 만큼 금강의 물줄기를 화폭 안에 담아왔다. 똑같이 보이는 강물이지만 하루도 같은 강물이 아니듯이 그의 화폭 안에 담긴 모든 강물은 색과 표정이 다르다.

정 화백은 “나는 물 밖에서 물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물 안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간이 물을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눈으로 바깥을 응시하겠다는 물아일체의 가치관이라 할 수 있다.

대전광역시교육청 정명희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자유의 여정’ 외에도 개인전을 80여 회 개최할 만큼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정 화백은 하루 24시간 기본적인 일상을 제외하고 18시간 이상 작업실에서 떠나지 않으며 그림에 몰두해 왔다.

식지 않은 창작열을 위해 지금도 새벽 4시면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뛰기를 쉬지 않는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40여 회 마라톤을 완주했다. 백두산, 히말라야,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 고산 등반 경험도 가지고 있다.

정 화백은 “가다 보니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지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며 “환경문제와 접목해 지구를 온전하게 물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폭 안에 ‘금강과 새’에는 이러한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사랑받는 작가로 기억되길 기도한다는 정 화백은 “앞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정명희 화백은 홍익대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대전광역시예총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고문, 광화문아트포럼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견미술상, 겸재미술상, 대전광역시문화상, 올해의 작가상, 선화기독교미술관 미술상, GIAF예술상 등 다수 수상했다.

‘사람풍경’ 정명희 화백 편은 오는 15일부터 동양일보TV에서 유트브로 시청할 수 있다.

동양바이오뉴스 도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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