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양군청 소속 귀화 국가대표 마라토너 오주한

2016년 특별귀화 무산… 2018년 어렵게 국적 얻어
‘한국 위해 달린다’ 의미 주한에 오창석 감독 ‘성’ 따라
5월 ‘한국인 아버지’ 오 감독 별세… 생전 약속 지키고자
올림픽 출전 앞두고 케냐서 담금질… 2일 도쿄 입성
“대한민국·청양군·아버지에 메달로 보답하고파”

케냐에서 전지훈련중인 오주한 선수.
케냐에서 전지훈련중인 오주한 선수.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케냐에서 온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2)은 청양군청 소속 선수다. 그는 2016년 귀화를 시도했으나 육상계 내부의 찬반 논란 속에 실패. 하지만 2018년 9월이 돼서 급기야 귀화에 성공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름 오주한은 '오직 한국을 위해서 달린다'는 의미로 지었다. 오씨 성은 자신을 발굴한 오창석(백석대 교수) 마라톤 대표팀 감독의 성을 따랐다. 총각김치 먹는 한국인 오주한은 그렇게 탄생했다.

오주한은 이달 23일 개막하는 하계 도쿄올림픽 마라톤에서 메달을 노리며 지난 1월에 케냐로 날아가 담금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의 아버지라 불리며 그를 도왔던 오 감독이 지난 5월5일 지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오주한의 상심과 슬픔은 컸다.

올림픽 메달전선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우려도 나왔지만 대한육상연맹이 김재룡 한국전력 감독을 '마라톤 대표팀 헤드코치'로 임명해 지난달 8일 케냐의 훈련지인 카타캇 현지에 급파하면서 상황은 순조롭게 정리됐다.

동양일보는 13일 한국말이 서툰 오주한 대신 김 감독의 통번역을 통해 케냐 현지 오주한의 훈련상황, 컨디션, 메달 가능성 등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주한은 “이곳 카타캇은 해발 2300m 고지대로 기후와 도로사정 등 환경이 한국의 가을날씨와 비슷하다. 마라톤 선수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현재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일본 등에서 온 10여명의 선수와 함께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임 오창석 감독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대한 슬픔은 일단 뒤로 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훈련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말 속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마라톤 경기는 8월8일 삿포로에서 7시에 열린다. 오주한은 “기후 특성상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 등을 감안해 초반에 체력을 비축한 뒤 30km 구간부터 본격적인 스퍼트를 낼 계획이다”며 작전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현재도 더위에 대비해 체력을 안배하는 훈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오주한은 김 감독이 데리고 간 심종섭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한육상연맹은 심종섭과의 경쟁을 통해 오주환의 컨디션 상승효과도 노린다.

오주한은 2019년 10월 열린 경주국제마라톤대회서 42.195㎞의 풀코스를 2시간8분42초에 완주하며 도쿄 올림픽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했다.

그 전에도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6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05분13초와, 2017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만들어 낸 2시간06분57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올림픽 마라톤은 국가별 출전 제한이 있어서 케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3명씩만 출전할 수 있다. 뛰어난 육상실력을 갖춘 이들의 출전 제한은 오주한의 메달 가능성을 더욱 높게 한다.

오주한이 도쿄 올림픽에서 입상한다면 한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황영조의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이봉주의 은메달 이후 25년 만에 메달 맛을 보는 셈이다.

“국기를 바꿔 달고 마라톤을 뛰어 기쁘다. 새로운 조국 대한민국과, 나를 따뜻하게 맞아준 청양군에 메달을 선물로 바치고 싶다.”

귀화를 허용해준 대한민국, 갑자기 세상을 떠난 ‘한국인 아버지' 오창석 전 감독, 자신에게 보금자리를 내어준 청양군민에 대한 보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오주한의 출사표다.

청양군민들 역시 그가 이번에 반드시 3위권 이내로 테이프를 끊어 청양군의 이름값을 크게 높여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청양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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