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재난안전실장(전 바이오산업국장)

이재영 재난안전실장(전 바이오산업국장)

[동양일보]가물가물하지만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는 언제나 책을 놓지 않으셨다. 오래전 일이고 고서다 보니 어떤 책이고 무슨 내용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께서는 한시도 책을 눈에서 떼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이런 할아버지의 자세는 여든이 넘으셔서까지 계속되었을 뿐 아니라 놀라운 것은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도 변함없이 책을 보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왜 그러셨는지 당시에는 짐작지도 못했으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당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였지만 아마도 추측하건데 당신보다는 당신의 후대, 또 그 후대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것이 있고 마지막까지도 당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중단 없이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대화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바람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원초적이라는 단서를 단다면 대다수는 아마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는 것, 할아버지와 같이 인생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도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놓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건강한 삶을 위해 인류는 태초에서부터 무던히도 노력하고 노력해 왔다.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소재들을 우리 몸의 생체리듬에 맞춰 효과를 내도록 가공하고 조제하고 때로는 생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건강한 삶을 위해 꾸준히 연구해 왔다. 이러한 물리적이고 화학적 행위가 이어져 내려와 인체 곳곳을 들여다보는 기술로 이어져 이제는 초정밀로 보이지 않는 모든 구조를 파악하고 이해하여 실마리를 찾아내고자 하는 데까지 도달하고 있다.

1953년 제임스왓슨(James Watson)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에 의해 DNA의 구성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인체의 비밀이 풀리기 시작되었다. 물론 유전자 조작 등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바이오의 시작점이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하여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영역에서 출발한 것으로 인류의 건강을 책임질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에게 익숙한 백신의 경우 천연두라는 질병으로 인해 촉진된 바이오의약품이다. 이후 콜레라, 광견병, 탄저병, 홍역, 풍진 등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수많은 질병을 퇴치하기 위하여 아직도 유효성과 안전성을 구비한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는 줄기세포 등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지고 미지의 영역에서 새로운 분야의 개발을 끊임없이 시도한다면 바이오는 인류의 행복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다.

충북도에서는 이러한 바이오에 대한 미래가치를 내다보고 관련 산업과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결국은 도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으로 빠른 결과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의 특성이 살아있는 세포로 또 생물체에서 유래된 단백질, 유전자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첨단 기술이 더해진다 해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충북의 바이오산업은 오송을 중심으로 바이오 인프라와 인력양성, 연구개발, 기업 활동 등 기초연구와 사업화까지 가능한 바이오 분야 전주기가 가능한 세계 유일의 바이오의 메카로 하여 제천을 중심으로 천연물과 한방산업을, 옥천을 중심으로 의료기기산업, 괴산을 중심으로 유기농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계획이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증평지역에 4D기능성 바이오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4D바이오융합소재 산업화센터 구축사업이다. 이는 정부와 함께 충북도와 증평군, 한국교통대, 충북TP가 참여하여 연구시설장비와 GMP생산동을 구축하고 기업이 입주하여 연구개발과 시제품 제작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증평군의 바이오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기능성바이오소재산업의 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북도는 시군별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되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준비하고 도전해 나갈 계획이다. 좌절하지 않고 한발 한발 나아가면 머지않은 미래에 바이오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 인류의 현재이자 미래인 바이오 충북, 그 희망으로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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